“못생겼으니 자살 추천” 14세 女, 악플 못 견디고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6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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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한나 스미스의 모습과 그녀에게 쏟아진 악플들. 사진출처|한나 스미스 추모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생전의 한나 스미스의 모습과 그녀에게 쏟아진 악플들. 사진출처|한나 스미스 추모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네가 죽으면 모두가 행복할 거야(You die everyone would be happy)", "못생겼으니 자살해라(You fxxx ugly go cut yourself and die)", "자살해라, 제발 성공해라(go commit suicide but succeed please)".

영국의 한 14세 소녀가 페이스북을 통해 쏟아지는 악플(internet troll)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인디펜던트와 스카이뉴스, 미러 등 영국 언론들은 6일(한국 시간) 최근 영국에 큰 충격을 안긴 '한나 스미스 자살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영국 레스터셔 주 루터워스에 사는 한나가 언니 조의 방에서 목을 매달아(hanged herself) 자살한 것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아침이다. 한나의 아버지 데이비드 스미스 씨는 그날 아침에 대해 "조가 아침 6시에 침실에서 목매달린 동생을 발견했다. 조는 구르듯이 달려가 911을 불렀다. 하지만 출동한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고 회상했다. 스미스 씨는 평소 활달하고 발랄했던 딸의 자살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나의 어머니도 "자살의 조짐은 전혀 없었다. 한나는 명랑쾌활했고 밝은 아이였다"며 "전날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 씨는 딸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딸의 페이스북 계정을 알아내 접속했다. 그리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의 페이스북은 수많은 누리꾼들의 '자살해라'라는 말로 뒤덮여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사소했다. 한나는 습진(eczema)이 생기자 페이스북에 연결된 유명 사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fm)'에 해결책을 물었다. 그러자 해당 링크를 통해 몰려든 익명의 누리꾼들이 그녀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사진들을 보고 수없이 많은 악플을 쏟아냈다. "여자애가 피부 습진이라니 죽어라", "너무 못생겼으니 자살해라", "자살에 성공해서 우리를 기쁘게 해줘" 등 한나의 페이스북에는 14세 소녀의 예민한 감수성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이 가득했다.

스미스 씨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내 딸에게 많은 사람이 '죽어라(go die)'라고 말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씨는 "어쩌면 이렇게 사람을 잔인하게 괴롭힐 수 있는지(relentlessly bullied), 모든 부모들은 이 사이트에 자기 자식이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한다. 고의는 아니지만, 명백한 살인행위(manslaughter)"라고 주장했다.

스미스 씨는 한나의 비극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한나가 편히 쉬기를(R.I.P Hannah)'이라는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다. 전세계 누리꾼들의 추모글이 답지했지만, 모욕적인 악플들도 계속됐다. 한 누리꾼은 한나에게 '자살한 비겁자(coward)'라고 부르기도 했다.

스미스 씨는 "온라인의 악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리고 민감한 10대가 자살할지 모르겠다. '토할 것 같은 사람들(sick people)'이 온라인이라는 익명성(anonymity)의 마스크 뒤에 숨어 연약한 10대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한나의 죽음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다. 직장에서의 괴롭힘은 직장에서, 학교에서의 괴롭힘은 학교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페이스북에서의 괴롭힘은 어떻게 해결해야하나"라며 분노했다.

한나는 자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은 당신이 지금 죽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살기를 원할 것(You think you want to die, but in reality you want to be saved)"이라는 글을 썼다.

하지만 스미스 씨가 한나의 방에서 찾은 노트에는 "나는 죽음을 원한다.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불행하다(I want to die, I want to be free. I can't live like this any more. I'm not happy)"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한나 스미스 페이스북, 추모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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