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은 IAEA 한계 일깨워준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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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핵 차르’ 5파전 세계가 주목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선거가 있다. 6월 말경으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사무총장은 각 나라 핵개발을 감시하고 군사적 사용을 막는 IAEA의 업무를 총지휘해 이른바 ‘핵 차르(czar)’라 불리는 중요한 자리다. 외신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차기 사무총장이 짊어지게 될 가장 무거운 과제가 될 것”이라며 후보들의 성향과 선거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치열한 5파전=올해 퇴임하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현 사무총장의 후임 자리를 둘러싸고 다섯 명의 후보가 뛰어든 상태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IAEA 주재 일본대사가 꼽힌다. 하지만 그는 3월 말 주요 경쟁자인 압둘 사마드 민티 IAEA 주재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와 겨룬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득표에 실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강력히 밀었지만 “친미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제3국들의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장폴 퐁슬레 전 벨기에 부총리, 루이스 에차바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 에르네스트 페트리치 전 IAEA 주재 슬로베니아 대사가 추가 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26일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IAEA 본부에서 35개국 이사회 멤버들을 모아놓고 자신들의 비전과 향후 IAEA의 운영방향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후보들은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같은 특정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마노 후보가 취재진에게 “북한의 핵실험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IAEA 이사회는 6월 9일 1차 예비투표(straw-poll)를 거쳐 6월 말쯤 새 사무총장 선출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더 엄하고 강경한 IAEA 필요”=“핵 확산의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최근 IAEA를 향한 비판은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핵의 평화로운 이용’을 주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정치적 게임에 밀려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차례 재임에 성공하며 12년이나 IAEA를 이끌어온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이란 등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 온 게 결정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북한 핵실험은 IAEA의 한계를 일깨워주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8일자 칼럼에서 “새 사무총장은 핵 확산 문제에 전임자보다 더 신속하고 전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최근 3년간 두 차례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 △1980년대 이란 사담 후세인의 핵무기 확보 시도 △파키스탄의 핵 전문가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활동 △가속도가 붙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등을 예로 들며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느긋한 대응이 가져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핵의 평화로운 이용을 주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입김도 만만치 않다. 이들 그룹과 핵 확산을 막으려는 서구 선진국의 신경전은 차기 사무총장 투표를 둘러싸고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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