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동네기업]<8>손톱깎이 만드는 스와다제작소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일본 니가타 현 스와다제작소에서 고바야시 히데오 씨가 손톱깎이 제작의 핵심 과정인 날 맞추기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와다제작소에서 만든 니퍼 모양의 손톱깎이. 니가타=천광암 특파원
일본 니가타 현 스와다제작소에서 고바야시 히데오 씨가 손톱깎이 제작의 핵심 과정인 날 맞추기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와다제작소에서 만든 니퍼 모양의 손톱깎이. 니가타=천광암 특파원
“장인 손끝에 ‘명품 손맛’ 나와” 수작업 고수

오차 1000분의 5mm 초정밀… 미용전문가 등 주고객

일반제품보다 10배 이상 비싸도 6개월치 주문 밀려

일본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하는 손톱깎이의 가격은 통상 600엔(약 8300원) 안팎이다.

이에 비해 스와다제작소라는 한 동네기업이 만드는 손톱깎이는 가장 싼 제품이 그 10배가 넘는 6615엔. 금속표면을 반짝반짝 빛이 나게 가공 처리한 ‘미러 L’ 모델은 1만5750엔에 이른다.

○ 손톱깎이의 벤츠

보통 제품보다 10배 이상 비싼 손톱깎이를 누가 사겠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스와다에는 항상 6개월분 이상의 주문이 밀려 있다.

주 수요층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손톱미용 전문점(일명 네일 살롱)과 병원 피부과 등이다.

전문가들이 스와다의 손톱깎이를 애용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기능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스와다 제품은 일반 손톱깎이와 달리 전선 등을 자를 때 사용하는 니퍼처럼 생겼다.

또 일부 제품은 양날이 펜치처럼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발톱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굽어서 일반 손톱깎이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기능성은 스와다 제품의 부차적인 장점일 뿐이다. 스와다 손톱깎이의 핵심 경쟁력은 “손톱을 자를 때 전달되는 독특한 ‘손맛’”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빛을 깎는’ 장인의 신기(神技)

전문가들이 인정한 스와다의 손맛 비결을 엿보기 위해 니가타(新潟) 현의 한 중소도시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 겸 공장을 찾았다.

40명가량의 종업원이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전형적인 동네공장이었다.

100여 개의 공정 중 화룡점정(畵龍點睛)에 해당하는 날 맞추기 작업은 60년 경력의 고바야시 히데오(小林英夫·77) 씨가 담당하고 있었다.

공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쇠붙이를 문지르는 연장) 하나로 양날이 작은 틈새 하나 없이 정확하게 맞물리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

고바야시 씨는 손톱깎이를 줄로 한 번 쓱 문지른 다음 “지금 작업한 이 손톱깎이의 경우 아직 100분의 1mm가량 틈새가 남아 있는 미완성품”이라면서 기자에게 내밀어 보였다.

“아무리 봐도 틈새라고는 없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물린 양날을 형광등에 가져다 댔다.

육안으로는 전혀 틈이 없는 것 같은 양날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가 손톱깎이의 양날에 줄을 한 번 더 밀더니 “이제는 틈새가 1000분의 5mm로 줄었다”면서 “이 정도면 빛이 거의 새어 나오지 않는 완성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차측정기를 꺼냈다. 측정 결과는 제로였다.

고바야시 씨는 “이 오차측정기는 100분의 1mm까지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말한 뒤 다시 공구통에 쑤셔 넣었다.

○ “스와다 손톱깎이는 할머니 고추장”

스와다의 제품은 이처럼 신기에 가까운 장인의 솜씨가 녹아 있기 때문에 유럽의 전문가용 손톱깎이에 비해서도 가격이 2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구성돼 있어 생산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기계화를 통해 스와다의 ‘명품’ 손톱깎이를 양산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바야시 도모유키(小林知行) 스와다 사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를 한국음식 팬이라고 소개한 그는 “할머니의 오묘한 고추장 맛을 기계로 재현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고바야시 사장은 “손톱깎이는 기본적으로 날붙이”라면서 “날붙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이 드는 맛’이고 맛은 손으로만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바야시 사장은 다른 기업이 스와다를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으로도 ‘드는 맛’과 수작업에 대한 집착을 꼽았다.

그는 “제대로 된 기술자를 한 명 키워 내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린다”면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세월을 건너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니가타=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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