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유호사건」 中 비밀수사 의혹 눈덩이

  • 입력 1999년 1월 18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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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중국 장쑤 (江蘇)성 장자강 (張家港)시 쌍산(雙山) 여객부두. 모터보트를 타고 양쯔(揚子)강 상류쪽으로 5백여m 거슬러 올라가자 대형화물선 한척이 시야에 들어왔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사이의 말라카해협에서 실종됐다가 3개월만인 지난해 12월16일 이곳에서 발견된 화물선 텐유호였다. 이 배의 선장 신영주(申英周·51)씨와 기관사 박하준(朴夏俊·44)씨등 한국인을 비롯해 선원들의 행방은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2천6백t급의 텐유호의 선미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었고 배의 앞뒤 및 옆부분 등 다섯군데에 SANEI1이라는 배이름이 씌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손질을 하지 않은 탓인지 선체는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

모터보트 접근해 사진촬영을 하자 배위에 인도네시아인 선원 수명과 중국인 수사관인 듯한 사람이 나타나 내려다 봤다.

장자강은 상하이(上海)의 양쯔강 하구에서 상류쪽으로 2백여㎞를 들어온 곳. 내륙항구이긴 하나 수심이 40m에 달해 5만t급 대형선박이 왕래하는 등 전세계 40개국 1백여 항구와 정기항로가 개설돼 있다.

장자강 현지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교통부 부두공안국은 텐유호가 발견된 이후 이 배의 실종경위와 선원및 화물의 행방, 배가 산에이1으로 바뀐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진척사항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

현지소식통은 중국선원 12명중 6명이 조선족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중국인 선원들은 다롄(大連)상선대학 졸업자들로서 이들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납치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국공안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8일 “텐유호 사건수사와 관련해 중국측이 일체의 정보제공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국이 많은데다가 사건내용이 복잡해 수사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18일 유엔 국제해사국(IMB)관리의 말을 인용해 “텐유호의 화물은 중국 최남단 항구에서 강제로 하역됐으며 배가 도장되고 이름까지 바뀐 것은 조직적인 세력에 의한 것이며 따라서 중국의 공적기관이 관여했을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자강(중국)〓황의봉특파원·도쿄〓윤상삼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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