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 - 해운 물류 중심 잠재력… 국적선사 날리는 실수 되풀이 말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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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항 해운업계 르포
통일경험 獨, 남북긴장완화 관심… 한진해운 파산후 물동량 급감
현대 “韓 물류허브 장점 알려야”

12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항 유로게이트 터미널. 터미널 운영을 총괄하는 본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자 항구와 터미널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박에서 내려진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야적장 너머에 철로와 화물열차가 보였다. 컨테이너선들이 싣고 온 많은 물건을 운반하는 열차다. 터미널을 안내한 관계자는 “여기서 출발한 열차가 중국까지 간다”고 말했다. 또 “언젠가는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서울로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차로든 배로든 북한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것은 한국과 독일 모두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웃었다.

때마침 이날은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악수를 했다. 함부르크에서 만난 독일인들은 “우리가 영화를 본 거냐”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단 국가였다가 통일한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남북 긴장 완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토르스텐 마이어 유로게이트 영업책임자는 “한국은 지리적 특성상 해운과 육상 모두에서 세계 물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북한을 포함하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뚫려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요충지이며 육지로는 중국 러시아 유럽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이어 씨는 “한국 해운업의 발전잠재력은 크다. 한국 정부가 ‘멍청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멍청한 실수’는 한진해운 파산을 가리킨다. 함부르크는 유럽 해운시장의 중심 도시로 한진해운 유럽본부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2016년 한진해운이 자금난에 빠지고 파산에 이르는 과정은 당시 함부르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함부르크 해운업 관계자들은 2010년대 들어서 세계 해운업이 침체에 빠진 것을 한진해운 위기를 부른 근본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등 다른 대형 해운사들도 비슷한 위기에 직면했는데 정부 지원으로 살아난 반면 한진해운은 그렇지 못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4월 함부르크를 포함한 아시아-유럽 신규 노선 운항을 시작한 현대상선은 함부르크항에서 일주일에 처리하는 물량을 종전 2000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3300TEU로 늘렸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함께 있던 2년 전 물량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덕림 현대상선 독일법인장은 “실추됐던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물류 허브로서 한국의 장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함부르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육상#해운 물류 중심 잠재력#물류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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