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미래 없다” 뉴욕의 반성…코넬텍 일자리 엔진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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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루즈벨트아일랜드. 1만4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에 뉴욕의 거물 정치인이 총출동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빌 드 블라지오 현 뉴욕시장,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건 이날 열린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대)의 새 캠퍼스 준공식이었다.

“코넬텍은 뉴욕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뉴욕이 실리콘밸리부터 서울까지 전 세계의 기술 센터들과 경쟁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이날 코넬텍 준공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와 혁신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서울까지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그는 2011년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뉴욕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내걸고 혁신적인 공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넬텍은 그 결실이다.
● “이대론 미래 없다” 뉴욕의 반성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감이 고조됐다. 뉴욕의 핵심 산업인 금융 패션 미디어 법률 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서부의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기술기업과 혁신적인 서비스에 밀려 쇠퇴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뉴욕엔 없는 혁신적인 공대가 필요하다는 처방도 나왔다.

“우리의 경쟁력엔 공백이 있었다. 우리는 기술 경쟁에서 지고 있었다. 다른 쪽이 우세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뉴욕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블룸버그 시장의 진단과 처방이 옳았다고 인정했다. 2013년 선거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을 맹렬히 공격했던 드 블라지오 시장도 이날은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850만 뉴요커를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교수연구실도, 칸막이도 없앤 캠퍼스

캠퍼스 중앙엔 이 학교에 1억 달러를 기부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두 딸의 이름을 딴 ‘엠마앤조지나 블룸버그센터’가 들어서 있다. 연구실과 강의실로 이용되는 이 건물 내엔 독립된 교수 연구실이 없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벽을 허문 것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수 연구실이 없는 캠퍼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한곳에 입주한 공간을 마련한 것도 코넬텍 캠퍼스의 특징이다. ‘브리지’로 불리는 건물엔 연구실 외에 미국 금융회사인 시티그룹, 투자회사인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이탈리아 제과회사인 페레로 등이 입주했다. 코넬테크 입주 1호 기업인 투 시그마의 앨프레드 스펙터 기술이사는 “직원들이 대학의 아이디어들과 연결돼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 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퍼스 옆엔 세계 최고층 패시브 하우스(친환경 건물)인 26층의 기숙사 건물이 들어섰다. 내년에는 각종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수 있는 고급 호텔도 이곳에 들어선다.

● 30여년 투자로 ‘2조 일자리 엔진’ 가동

300명의 학생과 30여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코넬텍의 학사과정은 기술 혁신과 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컴퓨터공학 경영학 법학 전공자들도 제품 개발과 창업을 경험하는 ‘스튜디오’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개교 이후 5년간 코넬텍 졸업생이 만든 회사는 38곳이다. 이 회사 중 95%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언어교정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피츠업을 공동 창업한 일리자 브루스(26·코넬대,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생)는 “대도시인 뉴욕은 고객은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사와 기업가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코넬텍에 부지를 제공하고 캠퍼스 준공식에 맞춰 통근용 페리 선착장까지 만들었다. 작은 섬이 전철, 버스, 자동차, 트램(케이블카) 외에 배까지 다니는 교통요지가 된 것이다. 코넬텍엔 지금까지 6억8300만 달러가 투자됐다. 뉴욕시와 코넬대는 2043년까지 투자를 계속해 학생 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 8000개 일자리와 23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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