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에 이어 백제까지 중국사에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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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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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주장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2010년 개장한 백제문화단지. 왕궁인 사비궁, 사찰인 능사, 주거공간인 생활문화마을, 백제 초기의 위례성 등을 재현해 놓았다. 최근 중국 창춘사범대 장웨이궁 교수는 백제역사편년을 집필하고 “백제는 중국사”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DB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2010년 개장한 백제문화단지. 왕궁인 사비궁, 사찰인 능사, 주거공간인 생활문화마을, 백제 초기의 위례성 등을 재현해 놓았다. 최근 중국 창춘사범대 장웨이궁 교수는 백제역사편년을 집필하고 “백제는 중국사”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DB
《 중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한 중국의 역사서에서 고구려, 발해는 물론이고 백제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12일 ‘백제역사편년’ ‘고구려역사편년’ 등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5권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밝혔다.
고구려, 백제, 부여 역사를 중국사 연호(年號) 중심으로 서술한 총서에는 중국 학계에서 처음으로 백제의 역사가 초기부터 중국사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집필을 주도한 중국 창춘사범대 장웨이궁(姜維公·55) 교수는 ‘백제역사편년’ 속 18쪽에 이르는 ‘백제기원문제탐토(百濟起源問題探討)’라는 제목의 소논문에서 “우리 중국 학계는 그간 백제를 한국사 범주로 인식했지만 백제 전기 역사는 중국사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
 
장 교수는 “백제가 4세기 중엽 한강 유역으로 주무대를 이동했어도 백제가 중국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원전 2세기부터 4세기 중엽까지 한강 유역이 중원(中原) 왕조의 소유였기 때문이라는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백제 멸망 당시 당(唐)이 백제 지역에 웅진도독부를 세워 ‘백제가 멸망하며 중국에 예속됐다’는 주장은 과거 중국 정부가 주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 당시에도 있었다. 하지만 초기부터 백제가 중국사라는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소논문에는 백제의 기원 자체가 현재 중국 지린성 지린시에 있던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것임을 강조한다. 총서의 다른 책인 ‘부여역사편년’에서는 부여에 대해 ‘아국(我國) 동북소수민족정권’, 즉 중국사로 소개했다. 총서를 한데 모아 보면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백제도 결국 중국사라는 논리다.

지난해 6월∼올해 3월 중국 사회과학기금을 받아 출간된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왼쪽부터 고구려, 백제, 발해, 부여, 거란역사편년. 육군사관학교 제공
지난해 6월∼올해 3월 중국 사회과학기금을 받아 출간된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왼쪽부터 고구려, 백제, 발해, 부여, 거란역사편년. 육군사관학교 제공
해당 총서는 2002∼2007년 중국이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당시 이를 주도했던 중국사회과학원의 기금을 지원받아 집필됐다. 총서의 각권 왼쪽 상단에는 ‘국가사회과학기금중점항목성과(國家社會科學基金重點項目成果)’라고 명시돼 있다. 총서 집필을 주도한 장 교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 당시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학자다.

이 총서가 동아일보 단독 보도(2017년 1월 19일자 A25면)로 알려진 이후 3월 발해, 거란편년이 추가로 발간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편년을 통해 중국 동북지역 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논리를 강화한 흔적들도 엿보인다. ‘발해역사편년’에는 고구려 출신 대조영(?∼719)이 세운 발해(698∼926년)의 228년 역사보다 발해가 멸망한 뒤 거란이 발해 지역에 세운 동단국(東丹國·926∼1220년)의 294년 역사를 비중 있게 정리했다.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넣은 ‘발해연호대조표’에는 ‘발해-중원왕조-일본-신라-고려’ 순으로 배열해 발해를 당시 동시대 한국사로 분류되는 신라, 고려와 분리시켰다.

국내 학계에서도 중국사로 인정하는 거란을 부여, 고구려, 백제, 발해와 함께 총서로 묶은 부분도 눈에 띈다. 고구려, 백제, 발해, 부여역사편년은 서한(西漢), 수(隋), 당 등 중국 고대국가 연호 중심으로 사료가 정리됐다. 하지만 ‘거란역사편년’은 거란이 국가를 세운 900년대 이후부터 ‘거란태조야율아보기신책원년(916년)’ 같은 거란 고유의 연호가 사용됐다.

이 교수는 “총서는 부여에서 고구려와 백제가 갈라져 나왔고, (고구려 이후 등장한) 발해가 중국사로 인식되는 거란에 흡수되면서 결국 중국 동북 고대국가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는 이해체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총서를 통해 한국사를 접하는 중국 일반인 및 학자들은 신라를 제외한 한국 주요 고대국가 모두가 중국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중국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백제 중국사 편입#백제역사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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