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지금]17년만에 자수하러 갔더니 “바쁘다… 옆 경찰서 가라” 황당한 日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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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진리교 핵심간부 지명수배 17년만에 자수하러 갔더니…

일본 경찰의 지명 수배를 받고 17년 동안 도피행각을 벌인 옴진리교의 핵심 간부가 자수한 것을 계기로 일본 경찰의 황당한 근무자세가 도마에 올랐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옴진리교 신도 가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지명 수배된 히라타 마코토(平田信·46)가 지난해 12월 31일 밤 도쿄 시내의 한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다. 지난해 모친 사망을 계기로 자수를 결심한 히라타는 ‘해를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히라타의 첫 번째 자수 시도는 경찰서 입구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 출입이 가능한 독특한 건물 구조를 몰랐던 데다 경찰서 앞인데도 입구를 물어볼 경찰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히라타는 옴진리교 특별수사본부 전용전화로 10번 넘게 전화했다. 하지만 계속 통화 중이어서 두 번째 시도마저 실패했다. 이후 일반범죄 신고전화로 사건 담당이 경시청(시경)임을 확인한 히라타는 직접 경시청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말연초라 바쁘니 돌아가라”는 핀잔만 들었고, “내가 지명 수배자”라고 거듭 말하자 경찰은 “옆 경찰서로 가보라”며 히라타를 쫓아냈다. 결국 히라타는 경시청에서 약 700m 떨어진 마루노우치 경찰서까지 걸어가 경찰을 ‘설득’한 끝에 자수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경찰의 안이한 근무태도에 황당하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옴진리교 사건은 일본 최고재판소가 지난해 11월 구속된 간부 15명에게 사형 확정 판결을 내려 일단락됐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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