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코멘트
이라크전쟁에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토리처럼 미군 3형제 중 2명이 잇달아 희생된 사연이 알려져 미국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미군은 전장에 남은 한 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주 클로비스에 사는 제프 허버드 씨 부부의 세 아들은 제이슨과 제어드, 나단 형제. 이 중 막내인 나단(21) 상병은 22일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이라크 북부를 비행하다 추락사고로 동료 13명과 함께 사망했다.

그는 3년 전 이라크에서 전사한 둘째형 제어드 씨가 못 다한 임무를 마치겠다며 자원입대했다가 형을 따라갔다.

제어드 상병은 2004년 이라크 라마디 시내에서 순찰을 돌다 폭탄테러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22세였다. 그의 고교 동창이자 함께 해병대에 입대해 같은 곳에서 복무하던 단짝 친구 제레미야 바로 씨도 당시 테러로 희생됐다.

나단 씨는 이듬해 “형을 위해서”라며 육군에 입대했다. 그러자 전직 경찰인 맏형 제이슨(33) 씨도 따라나섰다. 어머니 페기 씨는 “동생 제어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던 제이슨이 나단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동생을 따라 입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설리번 5형제와 닐랜드 4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만들었다. 설리번 5형제는 같은 함정에서 근무하다 일본군의 어뢰 공격에 모두 사망했고 닐랜드 4형제는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뒤 1명만 귀환했다.

설리번이나 닐랜드처럼 같은 집안 형제들이 함께 희생되는 사례를 계기로 미군은 ‘유일 생존자(sole survivor)’ 방침을 세웠다. 여러 형제가 한꺼번에 전쟁에 참여한 뒤 전사하고 형제 중 마지막 한 명만 남을 경우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제이슨 씨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입대했으나 다짐을 지키지 못한 채 이 방침에 따라 곧 부모 곁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