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가 시위대 무차별 폭행… 정치적 위기 휩싸인 마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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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통령 경호 담당 베날라 보좌관
경찰과 함께 노동절 시위 과잉 진압 언론보도 뒤 경찰 사칭 혐의로 체포
엘리제궁 뒤늦게 파면 절차 착수… 예산-권력 남용 의혹도 잇달아 터져
佛하원 국정조사 착수-청문회 개최

경찰 헬멧을 쓴 알렉상드르 베날라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이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목을 잡고 머리를 때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치안과 경호를 담당하는 베날라 보좌관이 시위대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선데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경찰 헬멧을 쓴 알렉상드르 베날라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이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 참석한 시민의 목을 잡고 머리를 때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치안과 경호를 담당하는 베날라 보좌관이 시위대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선데이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1년여 만에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수행비서 역할을 해 온 알렉상드르 베날라 대통령 보좌관(26)이 5월 1일 노동절 당일 경찰과 함께 시위대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취임 후 가장 큰 정치적 스캔들이다. 엘리제궁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절 당시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에 100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고 경찰기동대(CRS)가 출동해 진압에 나섰다. 이 중 사복을 입고 경찰 헬멧을 쓴 한 남성이 젊은 남자의 목을 잡고 그의 머리를 때리고, 그가 쓰러지자 배를 걷어차는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녔다. 이달 18일 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 남자가 엘리제궁에서 대통령의 치안과 경호를 담당하는 베날라 보좌관이라는 사실을 확인 보도했고 이후 파문은 확산됐다. 그가 여성의 목덜미를 잡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다른 영상도 공개됐다. 19일 파리 검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20일 곧바로 베날라 보좌관을 과잉 시위 진압과 권한 남용, 경찰 사칭 등의 혐의로 체포해 구금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엘리제궁에서 근무하는 그가 무슨 이유로 경찰과 함께 시위 진압에 나섰는가 하는 부분부터 명확하지 않다. 베날라 외에도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소속의 예비역 뱅상 크라제도 노동절에 경찰과 함께 시위대 진압에 나선 혐의로 20일 구금됐다. 게다가 파리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시니어 경찰 3명은 베날라에게 시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무단 제공한 혐의로 21일 경찰에 체포되면서 의혹은 커져만 간다.

엘리제궁의 미심쩍은 태도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사건 보도 후 뒤늦게 베날라 파면 절차에 착수했지만 엘리제궁은 보도 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엘리제궁은 노동절 시위 직후 베날라에게 15일 정직 처벌을 내렸지만 이후 추가 조치는 없었다. 베날라는 보도 직전인 이달 13일 마크롱 대통령 부부의 지베르니 지역 방문, 14일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 15일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엘리제궁 방문 때 모두 대통령 곁을 지켰다.

마크롱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문제가 터진 직후 그의 지방 방문 도중 한 기자가 “이번 사건이 국가의 오점이 아니냐”고 묻자 여러 차례 “아니다”고 부인한 뒤 “공화국(프랑스)은 한결같을 것”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날라는 2011년 사회당 마르틴 오브리 당 대표의 사설 경호원을 맡은 이후 사회당 인사들의 경호 업무를 맡았다. 2016년 마크롱 대선 캠프에 합류해 경호를 담당하다가 취임 후 엘리제궁 보좌관으로 입성해 대통령의 근접경호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엘리제궁 예산으로 파리 시내 고급 아파트를 빌려 숙소로 사용했고, 자유로운 국회 출입증도 갖고 있다는 의혹등도 터져 나오면서 베날라의 권력 남용 의혹도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태다.

야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중도 사임한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가 연상된다”며 “엘리제궁 내에 비공식적인 치안조직이 있고 이들을 지휘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하원은 국정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23일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을 소환해 청문회를 연다. 야당은 경찰을 관리, 감독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콜롱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수행비서#시위대 무차별 폭행#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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