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北 교화소서 강제 낙태…쥐 껍질 먹기도” 유엔서 인권침해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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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하나의 무서운 감옥입니다. 김 씨 일가는 이곳에서 대량 학살을 하고 있어요. 탈북자를 강제로 북송하는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3차례 탈북에 실패해 북한으로 송환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가 2007년 4번째 시도 만에 탈북에 성공한 지현아씨는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강제북송 관련 토론회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지 씨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심각한 표정으로 지 씨의 말을 경청했다. 지 씨는 3번째 탈북에서 실패해 북송된 뒤 평안남도 증산교화소에서 복역하며 겪은 참담한 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그 때는 임신 3개월이었어요. 교화소에서 강제로 낙태를 당했습니다. 마취도 안하고 그냥 책상 위에 눕혀놓고 바로 수술을 했어요. 그래서 출혈이 심했습니다. 그렇게 제 첫 아기는 세상 밖을 보지 못한 채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떠나갔습니다.”

지 씨는 또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교화소에서 부족한 식사로 메뚜기를 잡아먹고, 개구리와 쥐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다”며 “사람들은 설사로 바짝 마른 상태에서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가족 가운데 어머니와 함께 제일 먼저 한국 땅을 밝은 지 씨는 이후 남동생과 여동생을 한국에서 만났지만, 아버지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 이 그리움이 저만의 그리움이 아닌 모든 탈북자의 그리움”이라며 눈가를 훔쳤다.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해 지 씨는 “탈북병사의 질주 모습은 2500만 북한 주민의 자유를 향한 질주”라며 “북한이라는 감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기적일 뿐”이라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강제북송을 멈추길 강력히 호소한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씨는 ‘무서워요, 거기 누구 없나요. 여긴 지옥인데 거기 누구 없나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아무도 저 문을 열어주지 않네요…’라는 내용의 자작시 ‘정말 아무도 없나요’를 낭독하며 증언을 마쳤다.

이날 행사는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캐나다 주유엔 대표부가 공동주최하고 조태열 한국 대사를 비롯한 이들 국가의 유엔주재 대사가 참석했다.

앞서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년 연속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하며 북한 당국에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표결을 통해 안건으로 채택한 안보리는 정치범 수용소, 해외 파견 노동자, 탈북자 강제북송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 정권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는 북한 주민에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것 이상”이라면서 “핵무기를 향한 위협적 행보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압제와 착취에서 시작된다.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문제 당사국 대사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 대사는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근본원인은 (북한 정권이) 기본권을 도외시하고 민생은 돌보지 않은 채 핵무기 개발 등을 통한 체제 안전에만 몰두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 유엔 북한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핵보유국 지위에 오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대결에서 패배한 적대세력들의 절망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권논의를 통해 공화국을 공갈할 생각이라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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