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치영]다가오는 ‘퍼펙트스톰’에 대한 두려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신치영 경제부장
신치영 경제부장
동북아시아 전략 연구기관인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이 18일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내년 한국경제가 부닥칠 상황에 대해 큰 위기감을 드러냈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로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6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우리나라에 중국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DJ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이사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신흥국 위기, 미-중동 관계 악화에 따른 유가 상승, 자영업자와 한계기업의 부실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을 거론하며 “내년에 우리 경제에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대로 내년 경제위기가 현실화된다면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경기 하강이 트리거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를 받기 시작했다. 수년 전만 해도 10% 안팎에 이르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3분기(7∼9월) 6.5%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나 된다. 중국의 경기 하강은 수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7% 늘었는데, 중국을 빼놓고 보면 증가율이 0%다.

미국 등 다른 주요국들의 경기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큰 걱정거리다. 미국 경제는 올해 2.9% 성장한 후 내년에는 2.5%, 후년에는 1.9%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금리 인상의 경기냉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내년까지 이어질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도 경제위기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말에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뒤 내년에 4차례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라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없다. 한국은행이 작년 11월부터 11개월째 좌고우면하면서 금리 인상을 미루는 바람에 우리는 벼랑 끝에 몰려 경기하강 국면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더 벌어진다면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은행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한계기업과 저소득층에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인데도 우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정책 논쟁으로 날려 버렸다. 세계 경제 호황기에 승차해 혁신과 구조개혁으로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공공기관의 일자리 늘리기가 선인지 악인지,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 갈 길인지 아닌지, 고용재난이 날씨 탓인지 인구구조 탓인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규제완화와 혁신성장, 경제구조 개혁은 말잔치로 그친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를 늘리도록 해 경제에 활력이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시작해도 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신치영 경제부장 higgledy@donga.com
#니어재단#미중 무역전쟁#미국 금리 인상#규제완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