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2명 살해-45명 성폭행 복면 쓴 악마 42년만에 체포… 그는 사건 당시 경찰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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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살인의 추억’

미국판 ‘살인의 추억’ 진범이 42년 만에 체포됐다. 범인이 전직 경찰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언론들은 1976년부터 1986년까지 12명을 살해하고, 45명을 성폭행한 것을 비롯해 120여 건의 강도 행각을 벌인 ‘골든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의 별칭) 킬러’가 24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13∼41세 여성이었다.

체포된 조지프 제임스 디앤절로는 올해 72세의 백인 남성. 그는 주요 범죄 무대로 삼았던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시트러스 하이츠라는 작은 부촌(富村)에서 살고 있었다.

디앤절로는 1986년 로스앤젤레스 남쪽 어바인에서 18세 여성을 강간 살해한 뒤로는 지금까지 조용한 시민으로 살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인 가족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인 자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트러스 하이츠에는 6년 전 이사 왔다.

그는 1970, 80년대 캘리포니아주를 공포에 몰아넣은 살인마였다. 그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물색해 며칠 관찰한 뒤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들어가 범죄를 저질렀고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노렸지만 점차 대담해져 부부와 아이가 있는 집에도 들어가 남편을 묶어 두고 그 부인을 옆방에서 수차례 성폭행하기도 했다.

디앤절로는 여러 엽기적인 특징으로 악명이 높았다. 피해자들을 총으로 협박한 뒤 직접 신발끈으로 꼬아 만든 밧줄을 사용해 이른바 ‘다이아몬드 매듭’으로 결박했다. 성폭행이 끝나면 범죄현장에서 크래커를 먹는 엽기 행각도 벌였다. 먹을 때는 커피잔을 피해자의 몸에 올려놓고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고, 먹고 난 뒤 다시 성폭행을 반복했다. 또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해 보관했다. 그는 늘 탈출구가 여러 개 있는 집에 들어갔고, 여러 차례 발각됐지만 그때마다 도주에 성공했다.

디앤절로는 1973∼1979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인근 엑세터와 오번 경찰국에서 일했다. 그러나 1979년 약국 절도 혐의로 체포돼 파면됐고 그 후 더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디앤절로가 42년 만에 체포된 것은 유전자(DNA) 분석의 힘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 용의자를 60∼75세 금발의 백인 남성으로 규정했고 그 직업이 군사훈련이나 법 집행, 총기 사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지만 중단되지 않았고, 결국 끈질긴 DNA 분석 끝에 용의자를 특정해 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현재 “디앤절로의 버려진 DNA를 이용해 그를 체포했다”고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추적 및 체포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디앤절로의 집을 며칠 동안 감시하며 그가 비무장 상태로 외출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체포했다.

새크라멘토 검찰은 25일 “40년 넘게 숨어버린 범인을 찾기는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바늘은 분명히 건초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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