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가능성 남아 한반도 불안 2, 3년 갈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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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족집게’ 릭트먼 교수가 본 ‘트럼프 100일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은 여전하다. 트럼프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북한 김정은의 핵 폭주와 맞물리면서 향후 2, 3년간 한반도 정세는 전례 없는 불안정성이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의 온갖 전문가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을 예측해 ‘대선 족집게’로 잘 알려진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71·사진)는 트럼프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24일 워싱턴 아메리칸대 연구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의 한반도 정세를 이렇게 예상했다.

1984년 이후 치러진 미 대선 결과를 지난해까지 9번 연속으로 맞힌 릭트먼 교수는 최근 펴낸 신간 ‘탄핵 심판(The Case for Impeachment)’에서 트럼프의 비극적인 운명을 점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번에는 내가 틀렸으면 좋겠는데 예감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트럼프 시대 개막을 예측했는데 트럼프 100일을 맞는 소감은 어떤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트럼프가 변화를 추구했지만 좌절도 많았다. 자신의 시대 개막을 알리기 위해 추진한 이민개혁 행정명령,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폐기는 현재까지 실패했다. 기후변화를 뒤엎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신간에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최근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관심이 많다.

“한국 정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인들의 역동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지금은 혼란스럽겠지만 그동안 한국사회가 보여준 복원력(resilience)을 감안하면 충분히 극복할 것이다. 첫 탄핵 후 물리적 충돌이나 소요 사태가 없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탄핵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년 내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에 의해 탄핵당하고 대안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중간선거가 있는데 내 분석으로 최소 30여 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역구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표가 더 나온 지역이다. 정치인들의 최우선 목표는 재선이기 때문에 지역구 사정이 좋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은 반(反)트럼프 노선을 주창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트럼프가 전개할 또 다른 이민개혁 파동,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에 따른 논란 등과 결합된다면 공화당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트럼프 탄핵 카드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한국도 탄핵정국을 지나면서 몇 개월간 극도의 갈등과 정치적 내분을 치렀다. 미국 입장에서 트럼프를 탄핵하는 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미국도 아직 탄핵을 겪어보지 않았다. 트럼프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40% 안팎의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려고 더 무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정치적 불안정성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이슈인 북한 김정은의 핵 폭주와 맞물려 미국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몇 년간 전례 없는 불안정성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을 위해서도 미국 국내정치가 안정돼야 한다.”

―가급적 탄핵은 피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물론이다. 나는 탄핵이 일어날 거 같다고 예측한 것인지 이를 찬성하는 게 아니다. 트럼프가 노선과 전략을 수정해 정치적 안정성을 찾는다면 좋은 일이다. 여전히 ‘출구 전략(way out)’은 있다. 우선 납세 기록을 제출하고 국정 운영과 관련성이 있는 모든 사업체에서 손을 떼야 한다. 뉴욕타임스 등과 벌이는 언론과의 전쟁도 중단해야 한다. 역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과 전쟁을 벌여 끝이 좋은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언론을 골라 제한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요즘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트럼프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김정은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방대한 역사 자료가 있어야 가능한 게 정치역사적 예측이다. 김정은과 관련해선 뭐 하나 분명한 게 없다. 그의 나이조차 여러 버전이 있지 않나. 누구보다 불확실하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 트럼프도 이는 잘 알고 있는 거 같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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