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전문가들이여, 집에서 일하라”… 역발상으로 새 비즈니스 모델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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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스마트 시니어’ 시대
美 은행-보험업계 일자리 주선 플랫폼 ‘웨이브’의 혁신 비결

미국 뉴욕 자택에 마련한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선 샤론 에멕 웨이브(WAHVE) 대표. 72세인 그는 트레드밀을 개조한 책상에서 업무와 운동을 함께한다.
미국 뉴욕 자택에 마련한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선 샤론 에멕 웨이브(WAHVE) 대표. 72세인 그는 트레드밀을 개조한 책상에서 업무와 운동을 함께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사 AIG, JP모건체이스 은행 등에서 40년 가까이 보험 업무를 해 온 글렌다 햄릿 씨(68)는 2년 전 퇴직했다. 직장은 그만뒀지만 일을 멈춘 것은 아니다. 그는 매주 4일, 주 30시간을 자신의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 일을 한다. 현재 그는 한 중견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건을 감수한다. 그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원치 않았고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다른 일을 하기엔 경력이 아까웠다”면서 “매일 2시간씩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돼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햄릿 씨는 미국 은행·보험업계 일자리 주선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퇴직 후 곧바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영문 표기인 WAHVE는 “최고 전문가들이여, 집에서 일하라”는 뜻의 ‘Work At Home Vintage Experts’의 약어다. 이 회사에는 햄릿 씨 같은 50대 이상 경력자들이 500명 이상 등록돼 있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 회사는 ‘고령화’에 대한 역발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이브의 샤론 에멕 대표(72)는 미국 베이비부머(1946∼1965년)의 은퇴로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미 보험업계에 주목했다. 그는 “고령 인력들은 통근을 하거나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를 힘들어한다”며 “은퇴자들은 사무실을 떠나고 싶은 것이지 일 자체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웨이브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원 조건으로 ‘50세 이상, 전문분야 경력 25년 이상’을 내걸었다. 또 컴퓨터 스킬이나 의사소통 능력은 물론이고 여러 업무 스킬을 사전에 측정하는 시스템으로 ‘전문성’을 엄격히 검증했다. 덕분에 다수의 은행, 보험업계에서 구인 문의가 끊이지 않고, 고령화에 걸맞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멕 대표는 “요즘 60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활발하다”며 “요즘 50, 60대를 과거와 같은 노인으로 볼 수 없다. 이들은 일을 그만두기엔 너무 젊다”고 했다.

뉴욕=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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