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흔드는 극우·포퓰리즘…분열의 길 들어선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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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7일 0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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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6일 유럽의회 선거 예상 의석수 발표
극우 포퓰리스트·녹색당 뜨고…기성정당 지고

= 4억명에 달하는 유럽연합(EU) 유권자의 민심이 반(反)유럽연합(EU)과 반이민, 반엘리트 기치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기울었다. 그동안 주류를 이루던 중도좌·우파 세력의 경우 1·2위당 자리는 지켰지만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대신 비주류에 머물던 극우 진영과 녹색당이 약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EU의 포퓰리즘’을 올해 10대 리스크로 꼽고, 극우 세력이 유럽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본 미국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 그룹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처럼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난민 문제가 본격화하고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이어지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이런 정서가 도 확실히 세를 불린 것이 이번 투표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또한 이민자 급증과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 중국의 도전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존 정부들이 돌파구 마련은 커녕 혼란을 가중시킨 데 대한 심판 격이기도 했다.

지난 23~26일(현지시간) 실시된 제9대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예상의석 수에 따르면, 유럽의회 최대 파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51석 가운데 180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에서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217석보단 의석수가 37석이나 줄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도 152석을 확보, 기존 185석보다 의석수가 33석 줄었지만 제2당 자리는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예측이 현실화되면 두 중도성향 그룹은 각각 현재보다 의석 수를 약 20% 잃게 된다.

반면 현재 유럽의회에서 3개 정치그룹으로 나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17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체 의석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역대 유럽의회 선거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극우파의 약진은 EU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에 패배하면서 마크롱의 정치적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에서도 유권자들은 브렉시트 혼란을 야기한 양대 기성 정당에 책임을 물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5위로, 제1야당인 노동당이 3위로 주저앉았고, 대신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는 신생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가장 많은 의석 수(96석)가 할당된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과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연합이 약 28%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녹색당이 약 21%를 기록했다.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펴 왔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집권 여당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투표율은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탈퇴를 앞둔 영국을 제외하고 EU 27개국의 투표율은 51%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9년 첫 유럽의회 직선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투표율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투표율 상승은 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가 유권자들의 견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수그러들게 됐다. 하지만 향후 5년간 EU 정치적 분열 양상은 더 가속화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포퓰리스트 정당은 러시아, 지역 원조, 이주민 분배 등 각종 사안에 있어 격렬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일 그룹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극우 세력은 EU 시스템을 분열시키는 데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래의 EU 예산과 법안에 대한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들어 유럽의회를 엉망진창인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28개국에서 의원 751명을 뽑는 유럽의회 선거는 인구 비례에 따라 6석에서 최대 96석이 할당된다. 선거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방식이며, 투표 후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고, 정당의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자가 확정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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