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이 30분 먼저 와 김정은 기다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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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상회담]金, 회담 돌입하자 긴장한 기색 역력
모두발언 사이 심하게 숨 헐떡여… 만찬 직전 ‘장검’ 선물 받은 푸틴
金에 동전 건네며 “악의 없다는 의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검(劍)을 꺼내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검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면서 “당신을 지지하는 나와 우리 인민의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시대 검을 선물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는 6개의 은으로 만든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블라디보스토크=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검(劍)을 꺼내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검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면서 “당신을 지지하는 나와 우리 인민의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시대 검을 선물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는 6개의 은으로 만든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블라디보스토크=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습 지각’으로 유명하지만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다. 회담장인 극동연방대의 ‘S동’에 김 위원장보다 약 30분 먼저 도착한 것. 김 위원장이 회담장 바로 옆 건물을 숙소로 쓰는데도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 막 도착한 푸틴 대통령이 기다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환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오후 2시경 전용차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타고 S동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힐끗 돌아보더니 건물 입구에 자신을 기다리며 서 있는 푸틴 대통령을 보고 씩 웃으며 걸어가 악수를 청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먼저 말을 걸었고, 푸틴 대통령은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에 돌입하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기된 얼굴로 모두발언을 시작한 김 위원장은 통역을 위해 발언을 잠깐 멈춘 동안 심하게 숨을 헐떡였으며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푸틴 대통령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발언하는 김 위원장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회담 후 연회 자리에서 두 정상은 비로소 긴장이 풀린 듯했다. 만찬장에 들어서기 직전 김 위원장은 선물로 가져온 고급 목재 상자에 담긴 장검을 보여줬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보좌진으로부터 동전을 건네받아 이를 김 위원장의 손에 쥐여주며 “우리 풍습엔 칼을 들 때는 ‘내가 당신에게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뜻으로 돈을 주게 돼 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며 “(이 칼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 당신을 지지하는 나와 인민의 마음을 담았다”고 화답했다.

러시아 당국은 공식 연회를 위해 러시아 음식을 준비했다. 극동지방 특산물인 게가 들어간 샐러드 등이 애피타이저로 나왔고, 주 메뉴로는 하바롭스크산 쇠고기가 나왔다. 러시아산 와인도 제공됐다. 축하 공연에 나선 러시아 연방 근위대 산하 예술단은 양국 친선을 기원하는 ‘모스크바-평양’ 등의 노래를 불렀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헤어지기 직전 회담장 문 앞에서 30초 동안 악수했고,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는 덕담도 주고받았다.

한편 이날 회담 및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김 위원장 뒤를 분주히 따라다니며 의전 동선을 정리한 건 집사로 알려진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었다. 하지만 회담장에 도착해 차에서 막 내린 김 위원장의 검은색 외투가 바지 속으로 말려들어간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북한 의전팀의 ‘밀착 수행’은 빛이 바랬다.

블라디보스토크=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푸틴#김정은#김여정#김정은 푸틴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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