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 위기 부른 트럼프 美대통령의 ‘사법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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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법무부가 17일(현지 시간) 특별검사의 수사를 결정했다. 의회 본회의장에선 민주당의 앨 그린 하원의원이 “이 나라와 미국 헌법에 대한 의무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고 취임 넉 달 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처음 공개 거론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이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급으로 커질 조짐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e메일 해킹 등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2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비밀 접촉으로 인한 경질 때만 해도 미 정가에서 탄핵이란 말은 금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9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전격 해임되고,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코미 메모’가 공개되자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사법제도가 작동하지 못하게 훼방 놓거나 지체시켜 법집행을 저해하는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는 미국에서 탄핵사유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다. 공식조사 방해는 물론이고 영향력 행사나 개입, 피의자의 거짓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닉슨도 FBI의 수사 방해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탄핵안이 하원 법사위를 통과하자 미 헌정사상 처음 재임 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하원에선 탄핵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사법방해 조항이 적용됐다.

FBI 요원들이 남긴 기록은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아직까지는 공화당 지도부가 침묵하고 있어 탄핵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미국의 법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탄핵위기#도널드 트럼프#러시아 트럼프#사법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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