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어쩌다 총리’… 정치신인 법학자 콘테, 연정 총리후보로 추천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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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꿈꾼 오성운동 디마이오
동맹당 살비니가 반대하자 자신의 개인변호사를 천거
극좌-극우 포퓰리즘 연정 이어 ‘얼굴마담’ 총리에 불안 확산

“모든 성취는 해보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피렌체대 교수(54·사진)는 주말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칸에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의 명언을 올렸다. 자신에게 닥쳐올 큰 도전을 암시하는 문구였다.

콘테 교수는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연합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로 추천됐다.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이날 로마 대통령궁을 찾아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그를 천거했다.

콘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카드다. 콘테는 3월 총선 직전 오성운동이 발표한 총선 승리 시 정부를 이끌 예비 내각 명단에서 ‘공공행정 탈관료부처’ 장관으로 이름을 올리기 전까지는 이탈리아 정치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탈리아 통신사 안사는 “콘테는 지난 총선에서 오성운동의 ‘정의’ 파트 공약을 집필했으며 디마이오 대표의 개인 변호사로 고용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콘테는 이탈리아 남부 포자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로마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와 뉴욕대, 프랑스 소르본대를 거쳐 로마 사피엔차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법률 전문가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콘테를 ‘중도적이고 균형 잡힌 인물’로 평가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안팎의 시선은 불안하다. 한 번도 정권을 운영해 본 적이 없고 색깔이 너무나 다른 극좌 성향의 오성운동과 극우 성향 동맹당의 연정 자체도 불안한데 정치 경력이 전무한 교수가 총리로 추천돼 리더십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콘테가 총리로 추천된 것은 오성운동과 동맹당 간의 모호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마이오 대표는 끝까지 총리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대신 디마이오 대표는 오성운동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노동장관이나 경제개발장관을, 살비니 대표는 불법 난민을 최대한 빨리 추방할 수 있도록 내무장관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두 실세 장관 사이에서 ‘콘테 총리’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아직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콘테의 일천한 정치 경력이 불안 요소라는 생각이 강하지만 이미 무정부 상태가 11주 동안 계속되고 있어 거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22일 상하원 의장과의 면담을 거쳐 23일 총리 후보자 승인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탈리아#정치신인 법학자 콘테#연정 총리후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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