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봉쇄망 구멍 많아… 유엔결의 위반 中기업 제재 강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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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5> 북한에 끌려다닌 국제사회 향후 행보
제재 실패, 왜

 “북한은 필사적이었고, 국제사회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북한 제재 유엔전문가패널’ 위원을 맡아 대북제재 최전선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49·사진) 씨는 4년 반의 활동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자신이 전문가패널에 참가한 이유는 유엔에서의 활동으로 북한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유엔이 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7월 파나마 정부가 쿠바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청천강’호를 적발한 것을 계기로 북한 최대의 선박기업인 오션마리타임 매니지먼트(OMM)의 국제 네트워크를 파헤쳐 2014년 7월 OMM을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의 안보 전문가인 그는 1990년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와 1998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01년 미국 몬터레이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2004년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연구원을 지냈다.

 ―OMM 제재의 성과는….

 “세계 각지에서 OMM 선박이 다수 폐기되는 등 북한이 꽤 많은 수입원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엔 보고서에 명기된 것 외에 드러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은 부지기수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무기 운반은 OMM, 결제는 ‘단천(端川)상업은행’이 중심이 돼 왔다. 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외국인 대리인을 내세워 뒷거래를 해왔다. KOMID의 경우 중국 시리아 이란 나미비아 이집트 미얀마 등에, 단천상업은행은 베트남에도 대표자가 있었다. OMM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스 싱가포르 이집트 등에 있다. 이들이 상대국 정부나 기업과의 창구가 돼 불법 거래를 주도하고 있었다. 모두 유엔 제재 대상이 됐다.”

 ―하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 진행해왔다.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해 오해가 많다. 매스컴만 해도 안보리 결의가 채택되면 국제사회는 모두 열심히 제재에 참여하고 중국만 안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유엔 회원국 중 제재에 협조적인 국가보다 비협조적인 국가가 많은 게 현실이다.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에서 제재 위반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몽골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협조적이다. 실제 안보리 결의에 기초해 제출 의무가 있는 ‘제재 이행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나라가 회원국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대다수 국가는 왜 비협조적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리아 이집트 이란 등은 북한과 군사 경제면에서 깊이 연결돼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도 그렇다. 아프리카에서는 해군 선박의 보수를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에 위탁하거나 자국 무기 공장 신설을 북한 기업에 맡기는 국가도 있다. 많은 국가에서 위법 활동을 단속할 담당자가 안보리 결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발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 기술진은 수입 시판품의 부품을 인두나 접착제를 사용해 로켓에 조립해 넣고 있다. 수출 규제에 엄격한 미국 일본 유럽으로부터 갖가지 부품이 조달되는 셈이다. 북한이 얼마나 참을성 있게 제재를 회피하며 미사일 개발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성공하지 않았나.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 이란은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인 데다 경제 규모가 커 제재의 영향도 크다. 국제사회의 관심도도 전혀 달랐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리뷰 회의에 가보면 모두가 열심히 논의하는 것은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문제였다. 북한 핵문제는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에서 뒷전에 있었다. 또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제재와 병행해 외교적인 대화가 계속돼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만 있었고 외교는 거의 없었다.”

 ―역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가.

 “평양 디즈니랜드에 은둔한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현실을 깨닫게 할 계기가 필요하다. 우선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하고 현실적 외교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제재를 가능한 한 제대로 강화하되 대화를 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제재란 본래 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제재에 무슨 효과가 있나.

 “국제사회의 제재는 ‘다층 방위’ 시스템이 돼야 한다. 골키퍼가 미덥지 않을 경우 그 앞의 수비팀이 제대로 기능해 골키퍼를 커버해야 한다. 중국의 문제는 북한의 불안정화를 피하기 위해 제재에 구멍을 냄으로써 북한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랴오닝훙샹그룹에 제재를 가한 것처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중국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유엔 회원국 각자가 독자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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