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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으르고 어르고… 트럼프, 권력유지 위해 ‘가짜뉴스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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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으르고 어르고… 트럼프, 권력유지 위해 ‘가짜뉴스 밀당’

위은지 기자 , 한기재 기자 입력 2018-04-11 03:00수정 2018-04-1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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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재선도 성공”… 美 주류언론 때리기 ‘화전양면 전술’ “(라트비아 대통령에게) 기자를 골라주세요. 발트국 기자가 이상적이겠네요. 가짜 뉴스가 아닌 진짜 뉴스 매체니까요.”(3일 백악관에서 열린 발트 3국 정상들과의 공동 기자회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꾸준히 전쟁을 벌여온 곳이 있다. 그가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미국 주요 언론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보도를 가짜 뉴스로 깎아내리며 반격한다. 4일 CNN머니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트윗 공격을 받은 언론사는 워싱턴포스트(WP), ABC방송, CBS방송, CNN, 컴캐스트 계열 MSNBC·NBC, ESPN, 뉴욕타임스(NYT) 등 7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행동으로도 보여주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참석해온 약 100년 전통의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2년 연속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인터뷰에서 “내가 연례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선 우선 언론과의 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짜 뉴스 시상식’부터 언론사주 협박까지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를 쏟아내는 언론사를 옥죄는 전략은 다양하다. 애용하는 방법은 트위터, 연설 등을 통해 해당 언론사를 공개 비판하는 것이다. 올해 초에는 “가장 부패하고 편향된 언론들을 발표하겠다”며 ‘가짜 뉴스 시상식’까지 열었다. 10대 가짜 뉴스에는 CNN 기사가 4건, NYT 기사가 2건 선정됐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의 취재 기회도 제한한다. 기자회견장에서 특정 매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1월 대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선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든 CNN 기자들을 가리키며 “당신들은 안 된다. 당신들 회사는 최악”이라고 조롱했다.

기자들을 괴롭혀도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들면 최후의 수단으로 언론사주를 공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부터 5차례에 걸쳐 트위터로 아마존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WP를 “아마존의 로비스트”라고 깎아내렸다. 단신인 제프 저커 CNN월드와이드 사장에게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조그만 제프 저커”(3일 트위터)라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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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선 승리 일등 공신은 가짜 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을 단순히 기행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그가 만든 ‘가짜 뉴스 프레임’은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2020년 재선 성공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는 널리 퍼뜨리고 불리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에는 가짜 뉴스 낙인을 찍어 힘을 빼겠다는 시도다.

실제로 가짜 뉴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 폴리티코는 언론 구독 정보와 2016년 대선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대선 때 주류 매체 구독률이 낮은 ‘뉴스 사막 지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트위터의 팔로어는 약 5000만 명으로, 2016년 기준 미 전역의 뉴스 구독자 3500만 명을 훨씬 웃돈다. 신뢰할 만한 매체와 접촉이 많지 않은 유권자들은 뉴스 공백을 소셜미디어와 편향적인 뉴스매체로 채운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최근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건강이 좋지 않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에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는 가짜 뉴스를 일부 신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북한 다루듯 언론에도 ‘화전양면술’ 구사

트럼프 대통령이 무작정 주류 언론을 때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상대를 맹비난하며 매섭게 몰아붙이다가도 돌연 손을 내미는 트럼프식 ‘화전양면술’을 구사할 때도 있다. 때리고 어르기를 번갈아가며 ‘불량국가’ 북한마저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그는 ‘공적 1호’인 주류 언론을 겨냥해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해 우호적인 보도를 얻어내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마주 앉은 기자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마이클, 나를 공정하게 대해줘요”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인터뷰 시작 전엔 그해 7월에 있었던 NYT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당시 나를) 공정하게 대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망하고 있는(failing) NYT’라는 표현을 삼가며 손을 내민 것이다.

당선 직후인 2016년 11월 말 가졌던 NYT와의 인터뷰에선 더 노골적으로 NYT를 칭찬하며 휴전을 제의했다. 그는 “NYT를 굉장히 존경한다. (우리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WP는 가끔 (나에 대해) 좋은 기사를 써준다”며 WP에 간접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전했다. 주류 언론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NYT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대통령 직무 수행이 월등히 쉬워지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주류 언론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인도 있다.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퍼 러디는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여당 내 야당’이라 불릴 정도로 중도적 성향을 자랑하며 대통령을 대신해 주류 언론에 손을 내밀고 있다. NYT가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던 것도 러디를 통해서였다.

정치인 입장에서 가짜 뉴스 프레임은 권력 유지를 위해 불가결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미국 내 언론 지형을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위은지 wizi@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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