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33>美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농담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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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arly bird may get the worm.’(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미국에서 유명한 속담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얼리버드 세일’이라는 걸 많이 하죠. 필요한 때보다 먼저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걸 말합니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죠. 그 ‘얼리버드’의 유래가 바로 이 속담입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성공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의역 하자면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을 ‘얼리버드’라 부릅니다. ‘rise’(일어나다)라는 단어를 써서 ‘얼리 라이저’(early riser)라고도 하죠. 일찍 일어났으면 일찍 저녁 먹고 자야합니다. 그래서 오후 5,6시경 일찌감치 저녁 먹는 사람들을 위한 단어도 있습니다. ‘얼리 다이너’(early diner)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미국인들이 더 즐겨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The early bird may get the worm, but the second mouse gets the cheese.’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그러나 두 번째 쥐가 치즈를 차지한다)

‘얼리버드’ 속담을 한번 비튼 겁니다. 요즘 말로 ‘반전’이죠. 즉 첫 번째가 무언가 교훈을 주는 ‘속담’(proverb)이라면 두 번째 문장은 웃으면서도 뭔가 수긍하게 되는 ‘농담’(joke)인 거죠.

일찍부터 서두르는 새가 나무에 붙어 있는 벌레를 먼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두 번째 쥐가 치즈를 차지할까요. 마지막에 ‘in the trap(덫)’이라는 단어가 생략된 건데요. 치즈를 목격한 첫 번째 쥐는 덫이 있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뛰어들다 덫에 걸려 죽고 맙니다. 그래서 치즈는 뒤에서 보고 있던 두 번째 쥐의 차지가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먼저 나서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겁니다. 얼리버드 속담과 대치되는 의미죠. 이 농담은 특히 미국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직장인은 몸을 사리려는 보신 본능이 있습니다. 어떤 일에 먼저 설치고 나섰다가 실패하면 주변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하니까요.

당신은 어떤 타입이신지요. 실패를 두려워 않고 박력 있게 1번 타자로 나서는 얼리버드 타입? 아니면 ‘모험은 내 사전에 없다’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세컨드 마우스 타입?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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