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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4>한반도 운명에 중국 외에 러시아 역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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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4>한반도 운명에 중국 외에 러시아 역할도 크다

구자룡기자 입력 2017-09-29 20:44수정 2017-09-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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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바노프 교수
“북한은 폭우 속에 마치 찢어진 우산을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그런 안보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54·사진)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면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안보 불안을 느껴 핵개발까지 나서게 된 데는 러시아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러시아와 북한 간 기본 조약을 개정할 때 전쟁이 나면 도와준다는 구절이 삭제됐고, 북-중 관계도 군사 동맹관계에서 벗어나면서 북한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미국 일본과의 수교에 기대를 걸었으나 무산된 것도 안보 위기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이날 한러대화(조정위원장 이규형 전 러시아 대사) 주최로 서울 중국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러대화 전략 컨퍼런스’ 발표에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이같은 안보 불안과 함께 내부적인 필요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는 카리스마가 없으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후 갑작스럽게 집권해 더욱 그런 필요가 컸다는 것이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뒤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로 선전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설령 김씨 왕조 소리라고 해도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어서 남과 북이 서로 군사적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대화 프로세스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7 한러대화 전략컨퍼런스
이날 컨퍼런스에서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로부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사안별로 탈동조화해야 안정적인 한-러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고 유라시아 진출의 교두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냉전시대는 물론 탈냉전 시대에도 미-러 관계 변화에 한-러 관계도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크림반도 합병이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유엔 총회 결의안을 지지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는 불참한 것이 탈동조화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고 교수의 ‘탈동조화’ 주장에 대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한국 정책이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좌우됐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참가자들
국민대 장덕준 교수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를 두고 미중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과 가장 대화 채널을 원만히 유지하는 국가는 러시아인 것도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한 이유로 들었다.


서울대 신범식 교수는 “한국의 북방 정책이나 신북방 정책 등 한러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북한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한-러 관계에서 가급적 북한을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방법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한-러 관계가 북한 변수라는 볼모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갈등이 높아지는 지금은 모든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은 높지 않고 경제분야에서만 경제 분야에서만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측 전문가
한양대 엄구호 국제대학원장은 “리비아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 과거에 핵을 포기했던 국가들의 경로를 보면 대외 안보 환경의 변화, 국제사회의 제재와 보상, 국내 정권의 변화, 기술적 취약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떤 변수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북핵 위기가 심화할 수록 한국의 한미 군사동맹 의존도가 높아지고, 북한의 중국 의존은 심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야 말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넓혀 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약 30년에 걸쳐 북한이 핵개발을 해온 것을 분석해 보면 특정 국가가 지구촌에서 헤게모니 확보를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해 왔기 때문”이라고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티모닌 대사는 또 “사드 배치를 한-러 관계에서 보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는 바로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MD) 구축 차원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는 아시아판 MD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모닌 대사는 “한반도는 러시아와 가까이 있어서 이런 아시아판 MD 구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러시아가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견해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특히 “한국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 해결에 러시아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말을 놀랍게 생각한다”며 “한반도의 어떤 문제도 러시아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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