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 긴급 난방센터마저 ‘OFF’… 촛불로 손 녹이고 장난감 태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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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시티 122년만의 한파

땔감 줍고… 車 히터 연결해 집 난방 혹한과 정전 사태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재활용센터에서 한 남성이 
땔감으로 쓸 목재를 나르고 있다. 장작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자 이 센터는 6분마다 13명씩으로 입장을 제한했다(왼쪽 사진). 
댈러스의 한 가정은 자동차 히터에서 나오는 열기로 집을 난방하기 위해 히터에 은박 시트지로 만든 관을 연결했다. 댈러스=AP 
뉴시스
땔감 줍고… 車 히터 연결해 집 난방 혹한과 정전 사태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재활용센터에서 한 남성이 땔감으로 쓸 목재를 나르고 있다. 장작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자 이 센터는 6분마다 13명씩으로 입장을 제한했다(왼쪽 사진). 댈러스의 한 가정은 자동차 히터에서 나오는 열기로 집을 난방하기 위해 히터에 은박 시트지로 만든 관을 연결했다. 댈러스=AP 뉴시스
이례적 겨울 폭풍으로 인한 한파와 눈이 지난주부터 미국 전역을 덮친 가운데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겹친 ‘사막의 땅’ 남부 텍사스 주민이 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텍사스 등 8개 주에서 현재까지 최소 31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경제적 피해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주내 주요 도시인 댈러스의 16일 기온은 1930년 이후 가장 추운 영하 18.8도였다. 같은 날 인근 오클라호마주 주도(州都) 오클라호마시티의 기온 역시 1899년 이후 122년 만에 가장 추운 영하 24도를 기록했다. 둘 다 평소에는 눈 구경을 하기 힘든 지역이라 갑작스러운 한파 피해가 더 컸다. 텍사스 내 일부 발전시설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한때 430만 가구가 정전됐다. 미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미국 남부에 눈이 내리고 매서운 찬 공기가 유입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번 주 중남부 평균 기온 역시 평년보다 13.9∼22.2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스틴에 사는 조지 헨드릭스 씨(65)는 “이틀 동안 전기가 끊겨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낸다”고 토로했다. 태런트 카운티의 티머시 윌시 씨 부부와 7세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겨 냉방에서 촛불로 간신히 손을 녹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리도 할 수 없어 일가족은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주내 소도시 킬린의 한 가정은 전력이 끊기고 땔감으로 쓸 나무까지 부족해지자 세 살배기 딸아이의 장난감 나무 블록까지 태웠다. 엄마 에인절 가르시아 씨는 CNN에 “너무 추워서 딸의 장난감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웃들도 집 울타리를 뜯어내 태우고 있다”며 추위와의 전쟁을 호소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17일 3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전기를 쓰지 못했다.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곳곳에 문을 열었던 긴급난방센터마저 전력이 끊기며 기능을 잃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구급차들이 폭증하는 출동 요청을 감당하지 못했다. 여러 도시에서는 수도 역시 끊겼다.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고 주 전역에서 수도관이 동파하자 주 정부는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등의 주민에게 물을 끓여 마시라고 고지했다. 요양원과 대학교 건물에서는 눈을 녹여 화장실 용변기에 쓸 물을 마련했다.

주민들이 호텔로 몰리면서 호텔 숙박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댈러스 지역 호텔 예약 가격이 1박에 900달러(약 100만 원),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는 999달러(약 110만 원)까지 올랐다.

주내 또 다른 소도시인 콜로라도시티의 팀 보이드 시장은 ‘막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분을 샀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시와 전력 공급자들은 여러분(주민)에게 빚진 게 하나도 없다. 망할 지원금만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난다”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종엽 jjj@donga.com·김예윤 기자
#미국#텍사스#한파#난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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