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달 12일 부활절 이전 ‘거리 두기’ 끝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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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다시 열고 싶다”…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 시도
전문가 “섣부른 결정땐 사태 악화”
“노인 위해 국가가 희생해선 안돼”… 텍사스 부주지사 발언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다음 달 12일 부활절 전까지 경제활동 정상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코로나19 환자가 5만 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섣부른 정상화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부활절까지 이 나라를 다시 열고 싶다. 미국인들은 활력과 활기로 가득 차 있고 집이나 아파트, 일정한 공간에 갇혀 있길 원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일하러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일하러 갈 수 있다. 노동자들이 손을 더 자주 씻고 악수를 멈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치료가 문제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이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활절에 모든 교회들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면 훌륭하지 않겠느냐. 미 전역의 교회들이 가득 찰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트럼프 대통령의 섣부른 낙관론을 줄곧 비판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그는 “확산세가 둔화되는 지역에 한해 활동 제한 규정을 완화해도 되지만 어떤 지역을 해제할지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했다. 확진자가 급증한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재차 강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또한 “대통령의 결정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미국인에게 보건과 경제 중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경쟁할 수 없다. 어떤 미국인도 생명을 대가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주지사는 하루 전 폭스뉴스에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경제가 파탄 나는 게 더 두렵다”며 대통령을 두둔했다가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은 텍사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패트릭 부주지사는 “다음 주면 70대가 된다. 하지만 더 살자고 자식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노인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일터로 돌아가자. 노인들을 위해 국가가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트럼프#경제정상화#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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