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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철희]문제는 北核 아닌 核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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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철희]문제는 北核 아닌 核北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입력 2017-12-08 03:00수정 2017-12-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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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논설위원
“책임 있는 핵강국이며 평화애호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다.” 북한이 지난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직후 발표한 성명의 한 대목이다. ‘평화애호’라니? 마치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지는 힘”이라는 조지 오웰의 ‘1984’식 세뇌언어 같다.

하지만 김정은의 ‘핵무력 완성’ 선포 이후 나온 다짐인 만큼 애써 말 그대로 본다면 앞으로 북한의 태도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는 완장이자 문신이다. 아무래도 우쭐거리게 만드는 완장보다는 ‘차카게 살자’ 같은 문신에 가깝겠지만 어느 쪽이건 핵 완성 이전과 이후의 북한은 분명 다를 것이다.

스윙 커질 核무장 북한

과거 미소 냉전구도의 바깥에서 핵무장을 한 국가들도 그랬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핵무장은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선언이었다. 마오쩌둥은 핵을 보유한 히틀러처럼 행동할 것이란 걱정을 낳았지만 중국의 처신은 매우 신중했다. 중국은 핵보유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얻었다. 미국의 베트남전쟁 확대도, 소련과의 영토전쟁도 막을 수 있었다.


인도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의 핵무기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외교의 바탕이 됐다. 중국과 인도는 핵을 주로 정치적 무기로 사용했다. 인도의 핵은 파키스탄의 핵을 낳았다. 1974년 인도의 첫 핵실험 이후 집요하게 핵개발에 매달린 파키스탄은 1998년 인도의 5차례 추가 핵실험에 6차례 연쇄 핵실험으로 맞서 핵무장 대열에 합류했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핵실험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핵보유국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1966년 핵무장에 성공한 이래 중동에서 모든 전쟁의 규모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힘을 가졌다. 아랍 국가의 공격에 이스라엘은 핵무기는 그 존재조차 입에 담지 않으면서 질적으로 월등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10배, 100배의 보복으로 돌려줬다.

이들 핵무장 국가는 주변국과의 분쟁에 훨씬 신중하고 침착해졌다. 그러면서도 일단 행동에 나서면 대담하고 거침이 없었다. 마치 홈런을 맛본 야구 선수의 스윙이 커지는 것처럼. 핵무장이 주는 심리적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도 광기에 가까운 언행은 누그러질지 모른다. 조만간 평화공세를 펴며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엔 구제불능의 허점이 있다. 핵개발 올인(다걸기)으로 인해 극도로 열악해진 재래식 전력이다. 재래식 전력은 위기를 진정시키고 핵전쟁을 막는 완충 작용을 하지만 이게 취약하면 우발 상황도 곧장 핵 대결 게임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다분하다. 이젠 중국도 통제하기 어려워진 북한이다. 핵을 들먹이는 객기는 한층 심각해질 것이다.

파키스탄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재래식 전력이 취약한 파키스탄은 핵무기의 양에 집착하며 상시 긴급발사 체제에 의존한다. 지휘통제 체계는 특히 우려스럽다. 핵무기를 통제하는 국가통수기구(NCA)가 있다지만 참수작전에 취약한 만큼 비밀사령부를 두고 현장 지휘관에게 발사권도 위임했을 가능성마저 있다. 북한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더럽다고 피할 순 없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 포기 문제가 아닌, ‘평화애호 핵무장국’ 북한을 다뤄야 하는 게 아닐까. 사실 북핵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덧 핵 가진 북한, 핵북(核北)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으르든 달래든 핵북을 길들이기 위한 로드맵부터 만들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시급히 함께해야 할 일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평화애호 핵무장국 북한#파키스탄 핵무기#북한 재래식 전력#이스라엘 핵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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