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메시지 들고간 中특사… 김정은에 ‘대화 조건’ 전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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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타오 대외연락부장 3박4일 방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의 3색(色)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17일 방북했다. 쑹 부장은 이날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회동했다. 앞서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 귀빈실에서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30여 분간 환담했다.

쑹 부장은 3박 4일로 예상되는 방북 기간에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미중, 한중 정상들이 조율한 메시지를 들고 김정은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쑹 부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의사가 있으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등 도발 중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김정은에게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쑹 부장의 방중 전날 큰 기대를 나타낸 것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쑹 부장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할 메시지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긴밀하게 조율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쑹타오가 (북한을 압박할) 강경한 메시지를 가지고 간다고 알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발언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6일(현지 시간) “북한이 2개월여간 도발을 멈춘 상황을 미군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제시한 구체적인 대북 대화 조건도 쑹 부장의 메시지에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매티스 장관이 “그들이(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직후로 예상되던 테러지원국 지정 발표를 미룬 것도 김정은이 쑹 부장을 통해 북핵 문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쑹 부장은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전달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대북 메시지도 김정은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요청을 포함해 남북대화 의지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정은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중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에게 “평창 올림픽 때까지 도발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쑹 부장은 한국 정부의 이런 메시지도 김정은에게 전할 예정이다.

지난달 집권 2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협력과 공영의 신형 국제관계를 선언한 뒤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과 전방위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북-중 관계가 최악인 만큼 시 주석은 쑹 부장을 통해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 원유 공급 중단 같은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김정은을 압박할 것이 유력하다.

한편 미국은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막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백악관이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상공을 떠나기 전에 요격하기 위해 40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방어청(MDA)이 올해 80억 달러를 받은 것에 더해 새로운 북한 미사일 요격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부근 요격은 ‘발사 전’ 단계와 ‘발사 직후’ 단계에 이뤄진다. 발사 징후가 보이면 사이버 무기를 활용해 북한 통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발사 직후엔 한반도 부근을 떠나기 전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요격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미 서부 해안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한 핵탄두를 요격하는 ‘3중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정동연 채널A 특파원 / 뉴욕=박용 특파원
#쑹타오#방북#시진핑#특사#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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