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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구자룡]北-中 갈등 틈새 노리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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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구자룡]北-中 갈등 틈새 노리는 러시아

구자룡 국제부 기자 입력 2017-09-14 03:00수정 2017-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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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 하산의 하산 기차역에 북한 쪽에서 오던 화물열차가 멈춰 서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욕을 저지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이뤄 이 철로로 많은 객차와 화물열차가 다니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DB
구자룡 국제부 기자
러시아 극동 연해주 남단 하산에서는 두만강 건너 북한 나선과 연결되는 작은 철제 다리가 보인다. 한나절을 지켜보고 있어도 기차나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 어렵다. 중국 단둥에서 화물 차량이 줄지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중국의 대북 교역액은 58억2643만 달러로 북한 교역의 91.2%인 반면 러시아는 7688만 달러로 1.1%에 불과하다. 북한이 한 해 사용하는 약 100만 t의 유류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중국에서 공급된다. 두만강을 경계로 한 북-러 국경선은 15km에 불과한 반면 북-중은 훈춘에서 단둥까지 두만강과 압록강 등을 포함해 1334km에 이른다. 중국과 비교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엿보게 하는 수치들이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참여해 왔지만 의장국인 중국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다. 북한의 6차례 핵실험과 50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 후 나온 9차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채택 과정에서도 중국이 핵심 플레이어였다. 대북제재 대부분은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북핵 문제에 ‘러시아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대북제재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아직 절대적이지만 러시아가 받쳐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러시아를 통한 대북 정제유(휘발유와 중유) 공급량이 연간 250만 배럴(67만5000t)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쪽 파이프라인만 틀어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북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떠밀려 제재 이행에 나서는 중국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에 더 접근하려는 모습이다. 과거의 중국 및 소련 등거리 외교 시절 양쪽을 저울질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김형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12일 북한 정권수립 69주년 기념일(9일) 연회에서 “우리 당과 정부는 러시아와의 친선 관계 전통을 세심히 다루고 이 관계가 협약으로 이어지도록 발전시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하듯 러시아 외교부는 같은 날 공보실 명의의 논평에서 “당초 북한 경제를 고사(枯死)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으로 재앙을 미칠 위험이 있던 미국의 초강경 결의안을 상당 정도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는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북-러 관계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新) 북-러 밀월’이 형성될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6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이 보여온 ‘복장 터지는’ 제재 무력화 행태를 또다시 러시아에서 보게 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한국은 푸틴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극동 개발의 최고 파트너로 여겨졌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철도, 전력망, 송유관 가스관 등도 논의하며 어떻게 북한을 달랠지 서로 머리를 맞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에 중국과 보조를 같이하며 한국과 사이가 서먹해졌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제재를 강화해도 그 빈자리를 러시아가 메울 수 있어 대북제재의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중국이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끊어도 북-러 접경지역에서 성업 중인 러시아 밀수업자들 때문에 효과가 불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0여 년의 근현대사에서 러시아는 두 번이나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04∼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해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진출 길을 열어줬다. 이어 소련은 1950년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하고 지원해 3년여 피비린내 나는 6·25전쟁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했다.

이제 다시 러시아가 한반도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세 번째 계기를 맞았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해 실전 무기화하려는 핵 질주가 가져올 재앙이 러일전쟁이나 6·25전쟁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을 수 있다. 북한과 ‘혈맹의 관계’라는 중국도 북핵에 회초리를 들려고 하는 터다. 러시아에도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하는 대국의 자세를 기대할 수 있을까.

구자룡 국제부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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