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病 시달리는 美명문대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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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캠퍼스 자살’ 보도… B학점 하나만 받아도 좌절
모델급 여학생도 “인기없다” 걱정… 실패 두려움에 극단적 선택 늘어

“고교 시절엔 성적 운동 교우관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해 마치 ‘올림픽 10종 경기 금메달리스트’ 같았던 최우수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불안과 우울증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음 달 2일 교육섹션에 게재할 이런 내용의 ‘캠퍼스 자살―완벽에 대한 압박감’이란 기사를 28일 인터넷판에 먼저 소개했다. 대학 상담소 관계자들은 “고교 시절 ‘전 과목 에이(all A)’만 받던 학생들은 B학점만 하나 받아도 좌절한다. 잠시 실망할 일에 대해서도 인생 전체가 실패했다고 느낀다”고 진단했다.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는 지난해 1학년 여학생 매디슨 홀러런이 주차장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홀러런은 육상팀 스타이자 모델 같은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학생이었다. 홀러런의 언니는 “그래도 동생은 ‘다른 친구들보다 인기가 없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만 최근 13개월간 6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넬대에서는 2009년 9월∼2010년 8월 1년간 6명이, 뉴욕대(NYU)에서는 2003년 9월∼2004년 8월 5명이 목숨을 끊었다고 NYT는 전했다.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 ‘액티브 마인드’는 “매년 자살하는 대학생이 약 1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대는 홀러런 자살 사건 이후 교내 상담 핫라인을 구축했고 올가을부터 같은 처지의 학생들끼리 서로 위로와 격려를 주는 ‘동료 상담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속으로는 너무 힘들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명문대생 특유의 (위선적) 행태를 걷어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태도를 펜실베이니아대에선 ‘펜 페이스(Penn Face)’, 스탠퍼드대에선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어글리 셀피(못난 셀프카메라 사진)’ 운동도 비슷한 맥락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멋진 모습만 올리는 것이 ‘완벽에 대한 압박감’을 부추기는 만큼 못난 사진들도 올리자는 것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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