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발목 잡힌 세계 경제]<上>페론, 외국기업 재산 몰수 서민에 나눠줘… 파판드레우, 퍼주기 복지로 경제 파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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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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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망친 지도자들

현 글로벌 경제위기는 현재 국정을 맡고 있는 정치지도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최근 수십 년간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국가의 미래를 도외시한 정치인들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국가경제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그리스 현대 정치사의 거목으로 평가받았으나 지금은 그리스를 유럽의 ‘천덕꾸러기’로 전락시킨 원흉이 됐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지낸 그는 1981년 그리스 최초의 좌파정권을 출범시킨 이래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면서 복지를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공공 지출을 크게 늘려 무상 의료보험 혜택을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근로자의 최저 임금과 연금 지급액도 대폭 인상했다. 법을 개정해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아무리 나빠져도 해고를 못 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공 부문의 일자리 확대 정책은 그리스 경제의 기초체력을 고갈시켰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아르헨티나를 이끌었던 후안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뮤지컬 ‘에비타’의 주인공인 아내 에바와 함께 근대 포퓰리즘의 원조로 꼽힌다. 전 국토의 3분의 1을 몰수해 서민에게 나눠줬고,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지면 군대를 동원해 외국기업의 물품을 빼앗아 빈곤층에 나눠주기도 했다. 지방 분권을 내세우며 TV공장을 수도에서 3000km 떨어진 남극 옆에 건설해 비효율의 극치라는 말도 나왔다. 20세기 초 세계 10대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빚더미 국가로 전락한 것은 이 같은 포퓰리즘의 영향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저소득 계층의 표를 얻기 위해 치밀한 준비 없이 금융 규제의 빗장을 풀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페론#파판드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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