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화 풀어주려면 요염하게”… 란제리CF에 뿔난 브라질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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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출신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나와 성적 매력으로 남편과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속옷 광고의 한 장면. 사진 출처 호프사 광고
브라질 출신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나와 성적 매력으로 남편과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하는 내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속옷 광고의 한 장면. 사진 출처 호프사 광고
청초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세계적 슈퍼모델 지젤 번천(31)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당신 차를 부수고 말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곧바로 ‘틀렸음’이라는 문구가 뜬다. 곧이어 야한 속옷을 입은 번천이 입술을 둥그렇게 모아 “여보∼, 할 말이 있어요”라며 요염한 자태를 뽐낸 뒤 “당신 차를 부수었어요”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정답’이라는 문구가 뜬다.

최근 브라질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광고의 내용이다. 브라질 속옷 브랜드 ‘호프’사가 만든 이 광고의 요지는 부인들에게 남편의 화를 돋울 수 있는 문제를 알려야 할 때 ‘여성의 매력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야한 란제리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뒤 입술을 부풀린 채 침실로 뛰어들면 누구나 남편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대로라면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문제, 신용카드 한도초과 등 말만 꺼내도 시끄러워질 수 있는 부부싸움거리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광고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의 여성부 관료들을 단단히 화나게 만들었다. 여성부는 광고의 선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의회 내 광고심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타임지 최신호는 전했다. 여성부 관료들이 화가 난 진짜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성차별적 관념을 재생산하고 고착화함으로써 그동안 브라질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쌓아온 여권 운동가들의 노력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호프사 측은 “실생활에서 효과적인 팁을 농담조로 제시한 것뿐”이라며 정부가 과잉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타임지도 “브라질 남성들은 호세프 대통령보다 란제리 입은 번천에게 귀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개입이 결코 최적의 해결은 아닌 듯하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낮은 교육률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또 5명 중 1명꼴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정부 차원의 통계가 알려주듯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성차별적 관념이 여전히 강해 현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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