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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2>‘복지 천국’ 스웨덴의 개혁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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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2>‘복지 천국’ 스웨덴의 개혁 몸부림

동아일보입력 2011-01-26 03:00수정 2011-02-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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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받다’ 곳간 바닥… ‘낸만큼 받게’ 연금 수술 스웨덴은 보험료 납부와 관계없이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던 기초노령연금 대신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정하는 제도를 2001년에 도입했다. 수혜자는 한창 때의 60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줄였다.


저소득층을 포함해 많은 국민의 불만과 반발을 무릅쓰고 연금개혁안을 만들었지만 스웨덴은 요즘 혜택을 더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한때 노르웨이 핀란드와 함께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스웨덴이 방향 전환을 한 이유는 뭘까. 우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국가재정이, 근본적으로는 연대를 강조하는 사회민주당 공약에 국민이 등을 돌린 점이 작용했다.

크리스티나 캄프 스웨덴 연금청 대외협력관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던 2008년과 2009년 공적연금을 떠받치던 펀드가 금융위기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사민당의 복지정책에 공감하는 시민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금개혁에 대해 스웨덴에서는 “보편주의 복지모델의 완전한 포기”라는 시각과 “사민당식 복지모델의 수정”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 연금 혜택을 줄이기 시작


“1크로나(약 170원)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웁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시내 중앙역사 안. 24일 오후 1시(현지 시간) 구세군 직원이 플라스틱 자선냄비를 내밀며 외쳤다. 스웨덴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제도를 충분히 갖추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최근 2년간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민이 늘어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성금을 걷는다”는 것. 23일 오후 7시 스톡홀름 시내의 음식점에서 만난 오스트만 씨(54)는 “연금 예상액이 지난해보다 10% 줄었다. 앞으로 30년은 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웨덴 근로자가 공적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5세. 이때 퇴직하면 1990년대에 퇴직한 세대에 비해 수령액이 크게 줄어 계속 일하며 월급을 받는 게 낫다는 얘기였다.
“공짜? 담석 찾는데 5년 걸렸소”… 무상의료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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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힘으로 역부족… 성탄 지나도 구세군 모금 24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시내 중앙역사에서 한 시민이 구세군에 돈을 기부하고 있다. 이 구세군은 “스웨덴이 ‘복지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빈민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스웨덴 연금은 1999년부터 보험료를 오랫동안 많이 낸 가입자에게 연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주는 제도로 바뀌었다. 지금 54세 이하인 연금 가입자는 새로운 제도에 따라 연금이 계산된다.

55세 이상은 사민당식의 옛날 방식에 따라 연금을 받는다. 65세만 넘으면 무조건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국가가 100% 지원한다. 스웨덴 정부는 2001년부터 국가 재정과 연금 재정을 압박하는 기초노령연금 액수를 계속 줄여왔다. 그 대신 월소득 3만2000크로나(약 542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을 위한 확정급여형 연금을 신설해 공적연금에서 떼어냈다. 수혜자의 80%는 가정주부였다.

확정급여형 연금도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므로 조세 부담은 마찬가지. 2008년부터 이 연금 수혜자가 60만 명에 이르자 국가는 재정지출 한도를 연간 410억 크로나(약 6조9500억 원)로 묶었다. 수혜자 자격도 ‘합산해서 40년간 국내 거주자’에서 ‘만 17세 이후 40년간 거주자’로 제한했다.

스웨덴 연금청 레나 라르손 언론홍보 협력관은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국가 재정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기여한 만큼 받는 연금제도로 가고 있다. 새 제도는 보편주의나 사회 연대보다는 개인의 기여도와 이익에 충실하다”고 설명했다.

○무상 의료의 그늘

24일 스톡홀름 남부 스칸스툴 거리의 노인 요양원.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65세 이상 초기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국영이던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민간 회사가 운영한다. 스톡홀름 시내 국립병원의 80%가 민간 회사로 넘어갔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겉만 민영이지 사민당 시절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간 진료비가 900크로나(약 15만3000원)를 넘는 순간부터 모든 진료를 1년간 무상으로 받는 건강보험 체계는 사민당이 물러난 뒤에도 유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은 “동네 가정의가 관료처럼 위세를 부린다. 초음파로 담석증을 찾아내는 데 5년 걸렸다”고 호소한다. 그는 ‘종합병원 특진 의사쯤 되면 웬만한 연줄이 없으면 만나지 못하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무상의료의 그늘은 국립병원에도 남아 있다. 스톡홀름 시내 A병원의 간호사는 “공짜 진료 탓에 6개월 이상 병상을 독차지하는 환자가 너무 많아 다른 환자의 대기 시간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민영화를 통한 경쟁과 환자의 선택을 중시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집권당인 사민당의 경쟁 배제 논리에 눌려 개혁은 번번이 좌초됐다.

무상의료에 따른 의사의 권한 비대와 환자 외국 유출 등에 따른 불만은 지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한 시민은 “죽을병에 걸리지 않으면 X선 한 번 찍기도 어렵다. 병원에 가면 매우 아픈 척하며 쇼를 하는 할리우드 배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짜 진료는 세금 회피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주민들은 “회계사가 의사에게 세금을 덜 내도록 소득신고서를 써주고 의사가 회계사 가족을 공짜로 치료해 주는 식으로 현물 교환을 하면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다”며 수군거렸다.

○제2의 쇼크에 대비한 개혁

새로 뜯어고친 연금제도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허점을 드러냈다. 연간 소득이 95만 크로나(약 1억6150만 원) 이상이던 고소득자는 공적연금 수령액이 7% 깎였다. 정부는 연금이 줄어든 가입자의 세금을 감면하지만 연금재정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확정급여형 연금을 받지 못하는 시민은 새로운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스톡홀름 외곽 지하철에서 만난 한 노인은 “월세가 4000크로나(약 68만 원)인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연금이 줄어 주택수당 등을 모두 합쳐도 국가지원금이 8000크로나(약 136만 원)를 넘지 않는다”며 “월세에다 전기료와 전화요금 등의 필수 생활비를 내고 나면 2000크로나(약 34만 원) 정도 남는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시민은 “스웨덴은 물가 수준이 높아 2000크로나라면 간신히 굶지 않고 지낼 정도”이라고 귀띔했다.

스웨덴 연금청은 65세 노인 인구가 현재의 17%에서 2084년에 24%로 늘어나면 기금이 고갈된다고 경고했다. 기여도에 따라 연금액을 조절한다 해도 제2차 고령화 충격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웨덴 정부는 민간 자원과 여성 인력을 연금제도에 끌어들이는 또 다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 확정급여형 연금 지출이 적어져 정부 부담이 줄어들고, 민간자본이 정부 예산과 결합하면 새로운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에 희망을 싣고 있다.

스톡홀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유럽 좌파 보루’의 우향우… 부유세 폐지 큰 저항 없어

‘최근 80년 동안 무려 65년을 집권했던 사회민주당이 스웨덴의 여러 정당 중 하나로 전락했다.’

지난해 스웨덴 총선 결과는 스웨덴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선거에서 반(反)이민주의를 표방한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또 우파연합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가 우파 총리로는 최초로 임기를 채우고 재선출됐다.

스웨덴 총선에 세계가 매번 주목하는 이유는 유럽 좌파의 보루이자 사회민주주의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이 나라의 상징성 때문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은 사민당이 우파에 정권을 내준 2006년 선거 결과를 스웨덴식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우파의 이번 재집권은 스웨덴의 ‘우향우’를 확실히 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레인펠트 총리는 지난해 선거 유세 기간 “우리가 집권하면 여러분이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지갑 속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유권자를 설득했다. ‘세수에도 별 도움이 안 되고 자본 유출만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던 부유세를 우파 정부가 2007년 폐지한 일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유럽 좌파뿐 아니라 전 세계 진보 진영이 경제 성장과 높은 복지 혜택을 동시에 이룬 스웨덴 사민당 정권을 ‘롤 모델’로 여겼으나 정작 스웨덴 국민은 최근 두 차례의 선거에서 그 모델에 의구심을 표현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총선 때 쟁점이 됐던 이른바 ‘숨은 실업률’ 논란이다. 정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공식적으로는 5%대인 실업률이 20%로까지 뛴다는 보수당의 주장은 피부로 느끼는 실업난과 통계 수치가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전문가들은 사민당이 1980년대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도 교조적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고집하기보다 경제 상황에 따라 공공지출을 억제하고 1980년대 초에 일찌감치 ‘제3의 길’을 도입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한 덕분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노인연금을 소득이 전혀 없거나 낮은 사람에게만 지급하고 질병급여의 자격 조건을 크게 강화한 1998년의 복지개혁법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 기존 보편주의적 기초연금에 소득비례연금제도를 추가한 1959년의 연금개혁은 모두 사민당이 주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스웨덴 국민은 좌파와 우파를 번갈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 이후만 놓고 보면 좌·우파의 집권 기간이 비슷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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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18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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