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실시간 조율 위해 밤낮바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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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한반도문제 컨트롤타워 ‘국무부 한국과 - 공보라인’ 24시
새벽 4시부터 한반도 관련 정보 수집
6시 ‘당일 뉴스’ 선정, 보도지침 작성
“한국 주도 이슈에 美의사표현은 금기”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기간에 미국에서 아주 바빴던 부서 중 하나는 국무부 한국과와 공보라인이다. 동아시아·태평양국 소속으로 커트 캠벨 차관보의 지휘를 받는 한국과는 국내(局內)에서 단일과로는 가장 크다. 국무부 내에서 한국담당 업무를 전담하는 담당관이 생긴 지는 62년이 되며 현재는 20명 정도가 태평양 너머 1만1265km 떨어진 한반도를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 한국 관련 뉴스 생산의 중심에는 동아태국 소속의 공보과가 있다. 동아태국 공보과는 주한 미국대사관은 물론 주미 한국대사관과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며 ‘가장 뉴스가 많은’ 한반도 관련 소식을 국무부 공보국과 조율한다. 매일 낮 12시를 전후해 국무부에서 열리는 ‘눈(noon) 브리핑’에서 국무부 대변인이 한국과 관련해 정확한 코멘트를 할 수 있는 것은 공보과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이다.》
○ 오전 4시에 시작하는 공보전쟁

한국과장과 동아태국 공보과장의 책상에는 매일 오전 4, 5시면 한반도 관련 소식들이 수북이 쌓인다. 한국의 주요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미국 정부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만한 내용도 많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작성하는 ‘한국 언론의 주요 보도내용 정리’는 성향이 다른 각 언론이 담고 있는 뉘앙스까지 상세히 분석해서 국무부의 관련 국과 해당 과로 전달된다.

공보과는 수많은 소식 중 당일에 처리할 ‘의미 있는’ 뉴스를 오전 6시까지 선정한 뒤 이때부터 오전 내내 한국 관련 뉴스에 대한 국무부의 공식입장을 정밀하게 다듬는 일을 한다. 이른바 보도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하나의 보도지침이 만들어지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간여한다”며 “어떤 때는 수십 명의 손을 거치면서 가장 정확하고 ‘외교적인’ 표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평균 보도지침 생산 시간은 3∼4시간이며 오래 걸릴 때는 2, 3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2008년 은퇴하기 전까지 30년 이상 공보국에서 북한의 비확산 문제 등을 다뤘던 짐 켈먼 씨는 “천안함 사건과 같이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미국 정부가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금기”라며 “국무부 브리핑에 알맹이가 없이 느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 범실도 종종 발생

4일(현지 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국무부 공보담당 최고 책임자인 필립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한다”며 “한국의 천안함 사건 진상조사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도중이었고 중국 역시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 조기재개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던 상황이어서 이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자칫 미국은 천안함 사건의 원인규명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대응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국무부는 하루 만에 크롤리 차관보가 직접 나서 자신의 발언을 적극 해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자기수정을 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4일 브리핑이 끝난 직후 국무부 내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사건 대응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견해차를 보인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사안의 민감성을 주지하지 못한 데서 나온 보이지 않는 범실”이라고 말했다.

○ 보이지 않는 손들

물론 한국 관련 일을 국무부가 다 맡아 하는 것은 아니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국방 관련 이슈에는 엄연히 국방부 한국과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정보맨’들 역시 한반도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다. 그럼에도 국무부 한국과가 한국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서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난해 말 커트 통 과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담당 대사로 승진한 이후 댄 라슨 과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라슨 직무대행은 한국공관 경험이 있는 지한파다. 한때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와 호흡을 맞췄던 성 김 한국과장과 유리 김 북한팀장이 떠난 뒤 한국계의 활약도 적어진 편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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