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있는데 어떻게 소신투표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中 인민대표 ‘완전한 비밀투표’ 요구

‘완전한 비밀투표를 보장하라.’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와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에 참석 중인 인민대표와 정협 위원들이 앞 다퉈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난팡(南方)주말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한팡밍(韓方明) 위원 등 전국 정협 위원들이 연대서명으로 “전자투표 시 다른 사람이 어느 버튼을 누르는지 알지 못하도록 투표기에 시선차단 장치를 달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수많은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가 진행돼 위원들이 소신 있게 투표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기립 또는 거수 표결에서 현재 전자투표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난팡주말은 최근 이를 올해 양회에서 가장 칭찬할 만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대표와 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인민의 진정한 민심을 대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비밀투표를 보장하자고 강조했다. 반다오(半島)신보도 개개인의 용기에만 의지하지 말고 ‘용기가 없는 대표와 위원’을 위해 투표 방식을 개선하자고 촉구했다.

장웨이칭(張維慶) 전국 정협 상무위원과 무신성(牟新生) 전국인대 상무위원도 소신 있게 발언할 수 있도록 환경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올해 66세인 장 위원은 최근 “대중 앞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특히 지도자에게는 더욱 그렇다”며 “정부 고관을 맡은 지 20여 년인데 진심을 말하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67세인 무 상무위원도 “여러 번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감히 말할 수 없었고 말할 방법도 없다”며 장 위원을 두둔했다.

중국 언론은 “이처럼 퇴직을 앞둔 공무원만이 감히 진실을 말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년 60세를 앞둔 공무원들이 과감히 사실을 말하며 개선을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를 ‘59세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