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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천안함 주범 명시한 적 없어”… 도발책임 덮고 訪南 수용

황인찬 기자 , 신나리 기자 입력 2018-02-23 03:00수정 2018-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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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철 파견 논란]평창 폐회식 北대표단장에 김영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장성급회담 마지막 날인 2007년 7월 26일 당시 북측 대표 김영철 중장이 회담 종결을 선언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정은이 천안함 폭침사건의 배후이자 한국 미국 등 전 세계 31개국의 제재 대상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72)을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보내기로 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영철은 정부가 천안함 배후로 지목해 직접 사과까지 요구했던 인물이지만 정부가 이제 와서 “주역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며 청와대 예방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 방한에서 천안함 기념관을 찾은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천안함 배후’ 김영철을 보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한미동맹, 대북제재망의 동시다발적 균열을 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철은 1989년 2월 남북고위당국자회담 예비접촉 북측 대표로 시작해 남북대화 대표 경력만 30년 가까운 ‘대남 사업’ 베테랑. 인민군 대장 출신의 군내 대표적 강경파이기도 하다. 2009년 대남공작 사령탑인 총참모부 정찰총국장, 2016년 통일전선부장(부총리급)을 맡으며 대남 정책을 지휘해 왔다. 올해 남북대화 국면에서 자신의 ‘오른팔’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내세웠지만 이번에는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이다.

김영철은 2012년 8월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에 올랐고, 2016년 3월 우리 정부의 금융제재 대상이 됐다. 일본과 호주,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폐막식 참가를 위해 오는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받아들일 예정이다. 미국과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당시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누가 주역이었다는 부분은 없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는 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김영철은 대남 도발을 인정하지 않거나 오히려 한반도 긴장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정부는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에서 북측 단장으로 나온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에게 천안함 폭침 책임 시인 및 사과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영철은 발뺌을 했다. 그 대신 북측은 우리 정부가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한 ‘5·24조치’의 해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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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와 별개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대화 기조를 올림픽 후에도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 파트너라는 데 남북이 공감대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 대남 사업 전문가인 만큼 북핵 이슈 등 한반도 상황을 논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 정부도 김영철 방남 수용 논란에 “결과로 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은 25일 폐막식 당일 와서 이틀을 더 머무는데 이는 폐막식 이후 활동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고, 우리 측 카운터파트인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폐막 후 일정을 넉넉히 잡은 것은 결국 국정원과 얘기를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이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등 미국 인사를 공식 접촉할 가능성은 적지만 비공식 접촉 가능성은 열려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 대표단 중 김영철이 만날 사람이 딱히 없는 만큼, 한국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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