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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쇼트트랙 똘똘 뭉친 팀워크, 가장 높은 곳에 서다

강홍구 기자 , 김동욱 기자 , 김배중 기자 입력 2018-02-21 03:00수정 2018-02-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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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3000m 계주 ‘6번째 금메달’
“우리가 해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확정한 뒤 시상대에 올라 양손 검지를 하늘을 향해 세우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 김아랑 이유빈.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에이스 최민정(20)이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지만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경기 막판 혼전 상황에서 넘어진 선수까지 나오면서 최종 판정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 대기석에서 경기를 바라보던 막내 이유빈(17)까지 나와 빙판을 돌며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시선은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향했다. 간절히 마음을 졸이길 5분여,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전광판을 통해 최종 결과가 전해지자 대표팀 선수 다섯 명은 둥글게 어깨동무를 한 채 환호했다. 이유빈, 김예진(19), 김아랑(23), 심석희(21)는 눈물을 흘렸고, 최민정은 환하게 웃었다. 7943명 관중도 일제히 환호했다. 두 대회 연속, 역대 여섯 번째 3000m 계주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여자 대표팀은 그렇게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늘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여자 대표팀 3000m 계주 도전은 부담과의 싸움이었다. 사상 첫 안방 겨울올림픽이라는 중압감과 역대 최강이라는 주변의 기대, 그리고 최근 코치의 폭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양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여자 대표팀은 그렇게 눈물과 함께 네 번째 금메달을 한국 선수단에 안겼다.

이날 결선에서는 맏언니 김아랑의 스퍼트가 빛났다. 팀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김아랑은 6바퀴를 남겨놓고 터치도 거른 채 바깥 라인을 공략하며 앞선 캐나다 주자를 제쳤다. 팀을 3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바깥쪽에서 레이스를 펼치며 김예진과 터치 타이밍을 놓친 김아랑은 예정보다 1바퀴 많은 2바퀴 반을 돌았다. 터치의 순간 옆으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김예진을 힘껏 밀었다. 박세우 여자 대표팀 코치는 “민정이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랑이가 좋은 경기를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아랑이 넘어지는 과정에서 뒤에서 따라오던 캐나다 선수와 충돌해 넘어뜨리는 상황이 나왔지만 실격 사유로는 판단되지 않았다. 경기 뒤 김아랑은 “나 때문에 넘어진지는 몰랐다. 단지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우리 선수를 밀어주는 것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이경 본보 해설위원(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터치 이후에 신체접촉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김아랑의) 스케이트 날에 걸린 것이기에 실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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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의 스퍼트로 2위로 올라선 대표팀은 막판 역전극을 완성했다. 대표팀을 이끌어온 쌍두마차 심석희, 최민정이 해결사로 나섰다. 마지막 3번째 바퀴에서 2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마지막 터치에서 있는 힘껏 최민정의 엉덩이를 밀며 그를 선두자리에 올려놨다. 비록 4년 전 소치 올림픽 때처럼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팀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팀의 1번 주자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심석희의 힘을 온전히 추진력으로 받아낸 최민정은 중국과의 막판 경합을 뚫고 그대로 두 바퀴를 내달려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최근 코치의 폭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주장 심석희는 계주 우승으로 이번 대회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대회를 앞두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던 심석희는 단거리 500m는 물론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에서도 미끄러지며 예선 관문조차 넘지 못하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1500m 예선 탈락 다음 날인 18일 휴식스케줄에도 훈련을 자청하며 계주에 집중한 끝에 당당히 이번 대회 자신의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경기 뒤 심석희는 “저 말고도 다들 마음고생 많이 했다. 다 같이 고생하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선보인 여자 대표팀의 깜짝 세리머니도 심석희의 아이디어였다. 이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대표팀은 줄줄이 순서대로 서로의 엉덩이를 민 뒤 다함께 양손 검지를 하늘로 찌르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땀과 눈물로 빚어낸 영광이었다. 오전 6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대표팀은 많게는 하루 10시간까지 훈련을 소화했다. 빙상 훈련 4시간, 지상 체력 훈련 2시간 등 기본 훈련 6시간에 선수별로 개인 종목 훈련을 보완하거나 영상 분석 등에 집중했다. 빙상장에서 하루에 111.12m 길이 트랙만 200∼300바퀴를 돌았다.

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동욱·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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