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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의 전설’ 평창이 마침표가 아니다

이경호 기자 입력 2018-02-20 05:30수정 2018-02-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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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상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피겨 퀸’ 김연아(28)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보다 더 완벽한 은메달을 수상한 뒤 은퇴를 했다. “그동안 훈련이 너무나 힘들었다”는 말은 많은 눈물을 줬다. 몇 해 후 “운동을 안 하니 아픈 곳이 없어서 좋고, 스트레스도 없어 좋다”고 말했다.

‘빙속 여제’로 불리는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국가대표 동료였던 김연아가 은퇴한지 4년이 흐른, 2018년 평창에서 스스로의 표현대로 “색깔이 너무 예쁘다. 금메달보다 더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로 2위에 올랐다. 모두가 이번 역주가 이상화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태극기를 오른손에 들고 펑펑 울던 이상화의 눈물은 작별의 순간을 암시하는 듯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상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이상화는 ‘여제’라는 별명답게 “능력이 있으면 4년은 몰라도 1~2년은 더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내 꿈은 한국 스포츠의 전설이다. ‘대한민국 스프린트 종목에 이 정도 선수도 있었다’는 말로 기억되고 싶다. 이미 그 전설의 영역에 다가섰다고도 자부한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간다면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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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는 19일 강릉 올림픽플라자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가장 큰 관심은 ‘과연 이상화가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또 다시 도전하느냐’였다. 18일 경기 직후 이상화는 같은 질문에 “몰라요~”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상화는 “확답을 드리지 못하겠다. 결정이 되면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능력이 된다면 몇 해 더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단 한번도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태해진다”고 고백했다.

이상화는 스프린터로 올림픽 4회 연속 출전, 3회 연속 메달이라는 큰 기록을 세웠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는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큰 업적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의 준비과정은 2014년 소치올림픽 때와는 달랐다. 무릎과 종아리에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다. 은퇴를 심각하게 고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텨냈다.

활짝 웃으며 전한 “올림픽 경기가 끝나자마자 알람 7개를 껐다. 하루에 7번 알람이 울렸다. 아침에 일어나는 알람, 운동시간 알려주는 알람, 오후 휴식이 끝나는 알람,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알람…. 당분간 몸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푹 자고,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겠다”는 말에는 그동안의 힘겨움이 담겨져 있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상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상화는 이어 “소치 때까지는 스케이트가 참 쉬웠다. 그 후 부상으로 감각을 잃었다. 다시 되찾는데 힘든 시간이 필요했다. 복귀 후에도 월드컵 때마다 은메달은 죄인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자부심으로 이겨낸 것 같다. 세계신기록에 대한 자부심, 금메달 2개에 대한 자부심이 큰 힘이 됐다. 다가오는 올림픽 일정에 맞춰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며 자신감을 얻었고 너무나 오랜만에 완벽한 레이스를 느꼈는데 마지막 실수가 있었다. 금메달이 아니라 속상하시겠지만 칭찬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올해 만 29세다. 스프린터로 적지 않은 나이다.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 때에는 만 33세가 된다. 그러나 평창에서 올림픽신기록(36초94)을 세우고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나오(일본)는 올해 만 32세다.

이상화는 “나오 선수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500m에서 금메달을 땄고 1000m와 1500m도 뛰었다. 정말 대단하다. 등수에 상관없이 격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선수”라고 존경심을 보였다.

이상화는 당분간 푹 쉬고, 어머니와 캐나다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경기 직후 “이제 다 편히 내려놓고 푹 쉬어”라고 메시지를 보내온 김연아와도 만날 생각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빙속 역사를 바꾼 이상화의 스케이트는 달콤한 휴식 후 새로운 스타트라인 앞에 설 가능성이 높다.

강릉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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