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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 잠재력 일깨운 평창, 자부심 안겨준 겨울올림픽

동아일보입력 2018-02-15 00:00수정 2018-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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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막한 평창 겨울올림픽이 설 연휴와 함께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대관령 칼바람에 일부 경기 일정이 조정되기도 했지만 최첨단 기술력을 동원해 선수와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경기장에선 올림픽 기록이 쏟아진다. 스포츠 경기를 즐기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젊은 꿈과 노력, 각본 없는 드라마가 전하는 짜릿한 감동, 그리고 한국의 정성이 담긴 손님맞이 열정에 평창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부자들의 스포츠’로 이름난 겨울스포츠에서 10대 선수들의 패기와 값진 성취는 우리에게 자신감을 일깨워줬다. 13일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빙속 괴물’ 김민석(19)은 서구인들이 지배하는 남성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메달리스트다. 부모님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데뷔전에서 재미교포 2세 클로이 김(18)은 여자 스노보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1982년 홀로 이민 갔던 그의 아버지가 “아메리칸 드림!”을 외칠 때 국민은 ‘코리아 드림’을 떠올리며 함께 웃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도 ‘N포 세대’ 청년세대에게 삶의 새로운 의미를 선사한다. 스키점프의 박규림은 여자 노멀힐 결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불모지였던 한국 여자 스키점프에서 첫 올림픽 비행을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았다. 이들의 꿋꿋한 여정은 매 순간이 역사다.

평창 올림픽 자체가 우리에게 준 선물도 적지 않다. 조직위원장의 잇단 교체와 맞물려 준비 부족과 무관심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전통과 정보기술(IT)이 어우러진 개회식과 뛰어난 시설, 매끄러운 운영, 국민들의 열기에 외신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의 한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흠잡을 것 없는 게 흠”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입장권 판매량도 12일 오전 기준 목표치의 84.3%인 90만1400장을 돌파했다. 평창 올림픽이 국내 갈등과 경제 침체로 잠시 잊었던 우리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국제 스포츠 제전 주최국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준 것이다.

특히 설 연휴까지 반납한 자원봉사자 2만여 명과 지역주민은 한국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관들이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뜨거운 응원을 펼치는 한국 관중도 숨은 주인공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처럼 이번 올림픽을 치르는 과정에서 얻은 자긍심은 우리에게 중요한 올림픽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다만 과도한 애국심이 배타적인 민족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했으면 한다. 누리꾼들이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최민정이 실격된 뒤 동메달을 목에 건 캐나다의 킴 부탱을 향해 악플 공격을 하는 바람에 킴 부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의 의식과 문화를 한 계단 업그레이드하는 일은 성숙한 ‘나’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열하루, ‘세계 최대 눈과 얼음의 스포츠축제’ 평창에선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평창 올림픽#겨울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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