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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보러 왔다가 책도 읽고 가지요

박선희 기자 입력 2018-02-14 03:00수정 2018-02-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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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강원 강릉에 온 ‘책 읽는 버스’에서 독서에 빠진 사람들. 책버스에는 그림책부터 소설, 인문, 과학, 영어책 등 10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움직이는 도서관이라고요? 올림픽 기간 내내 여기 있는 건가요?”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강릉역 맞은편에 13일 정차된 ‘책 읽는 버스’.

호기심에 기웃거리다 버스 안으로 올라온 방문객들은 내부를 보고 탄성을 냈다. 버스 안에는 문학, 여행서부터 인문, 과학 등 분야를 망라한 최신 서적이 깨끗이 진열된 책장과 올림픽 홍보 영상이 나오는 50인치 대형 스크린, 마음껏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널찍한 의자와 여유 공간까지 갖추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는 책 읽는 버스가 평창 올림픽을 맞아 8∼25일 강릉에 정차한 것.


강릉역에서 올림픽 관련 물품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전수련(20), 은태현(23), 장철운 씨(24)는 잠시 짬을 내 쉬러 나왔다가 책버스를 발견하고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고성에 있는 숙소에서 강릉까지 오가며 자원봉사 중인 이들은 일이 끝난 뒤 여가시간에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며 반겼다. 전 씨는 “올림픽 중에도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 뜻깊다. ‘언어의 온도’를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진짜 잘됐다”며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책버스에 오른 방문객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끄는 인기 아이템은 단연 문학 자판기였다. 긴 글, 짧은 글 중 하나를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추천하는 문학 작품 내용의 일부분이 출력돼 나온다. 윤동주 김영랑의 시부터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한 구절 등 각양각색이다. 어떤 글귀가 나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재미는 덤이다.

책버스 인근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힘찬 씨(24)는 문학자판기에서 3장을 연이어 뽑아갔다. 최 씨는 “일하는 중엔 책을 읽기가 어려운데 문학자판기는 한 장에 좋은 글이 정리돼 있어 틈틈이 보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명작의 글귀를 여러 장 챙겨가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서 오후 내내 최 씨의 동료 아르바이트생들이 이곳에 들렀다 가기도 했다.

강릉을 찾은 관광객에게 책버스는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추억이 되고 있었다. 서울에서 놀러온 정희윤 씨(20) 일행은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 도착했다는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책버스를 발견하고 더 들떴다. 김민우 씨(20)는 “처음엔 ‘책 읽는 버스’라고 해서 헌혈하고 나면 책을 선물로 주는 건가 했다”며 웃었다. 김 씨는 “문학을 좋아하는데 이런 공간이 있다니 정말 반갑다”며 문학자판기에서 글귀를 뽑아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 줬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호기심을 보이며 책버스를 찾았다. 영어 동화책 코너가 따로 있어 가족 단위의 외국인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이들을 위해 역대 겨울올림픽을 개최했던 12개국 작가들이 쓴 그림책을 모은 작은 특별전과 한국 문화, 역사를 소개하는 다국어 도서전도 마련했다. 책버스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 설 연휴에도 정상 운영한다. 패럴림픽 기간(3월 9~18일)에도 운영될 예정이다.
 
강릉=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책 읽는 버스#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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