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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의 한국 블로그]평창, 불편의 쓴맛보다 달콤함이 더 크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입력 2018-02-13 03:00수정 2018-0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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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세계 4대 스포츠대회로는 여름올림픽, 겨울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꼽힌다. 대회마다 수십억 명의 열정적인 스포츠팬들은 자기 나라의 좋아하는 선수, 팀을 밤새도록 응원한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한국은 세계 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5번째 국가가 됐다. 30년 만에 쌓은 대단한 공적이다.(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이탈리아 독일 일본 프랑스의 순으로, 올여름 월드컵을 여는 러시아가 6번째 국가가 된다.)

서울 올림픽에 대한 해외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이 각각 1980년과 1984년 여름올림픽을 보이콧했으나 서울 올림픽에는 모두 참가했고 개발도상국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이 열려 더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2002년 월드컵은 개최 이전부터 말이 많았다. 축구리그도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한국에 월드컵 개최권을 왜 줬냐고 따지는 스포츠 기자들이 많았다.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곧 사라졌다. 거리응원과 한국 축구팀의 4강 진출 기적을 보고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에 홀딱 반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에는 메달 유망주가 없어서 2010년부터 한국에서 개최된 F1자동차경주대회처럼 미지근한 반응밖에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회는 세계적인 스타 우사인 볼트 등의 덕에 성공했다.

평창 역시 개최 이전부터 해외에서 말이 많았다. 쇼트트랙 등 한국 선수들이 잘하는 일부 종목 이외에는 입장권 판매가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기사마저 등장했다. 또 북한과 관련된 안보 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 많은 지면을 차지하다가 갑자기 남북한의 관계 개선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오늘은 대회 5일째. 개막식은 많은 갈채를 받았고 경기장의 좋은 시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누구든지 항상 만족시킬 수 없다’라는 금언처럼 여기저기 사소한 불만은 나오지만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내게는 또 다른 의미의 사소한 불만이 보였다. 내가 근무하는 서울시 글로벌센터로 한 외국인이 공황에 가까운 상태에서 연락을 해왔다. 올림픽 티켓을 프린터로 출력하려는데, 뭘 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해법이 뻔한 것이었다. 브라우저를 익스플로러로 바꾸면 바로 출력이 된다. 그 외국인은 투덜거리면서 출력을 하고 갔다. 반면 다른 외국 민원인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 사람은 설날 기간에 관광을 하려고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철도공사의 영문 웹사이트가 국문 웹사이트보다 8시간이나 늦게 승차권을 팔아서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는 이미 모든 승차권이 매진됐다.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을 찾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이 사실에 대해 불만이 크다.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3주간 다른 것을 다 포기하고 올림픽만 보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국보다 한국이 상당히 답답하고 아쉽다. 올림픽은 워낙 빡빡한 스케줄이라서 동시에 여러 종목을 진행한다. 지난 주말에 TV를 켜고 쇼트트랙을 보려고 하니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고 한국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작할 때까지 다른 종목을 보려고 채널을 바꿨지만 3개 지상파 방송에서 모두 똑같은 장면만 보여주고 있었다. 짜증이 났다. 영국에서는 서로 다른 채널에서 다양한 종목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한국 지상파들은 한 선수가 메달을 따면 경기를 마친 뒤에도 다른 경기를 보여주지 않고 끝없이 메달 따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은 스포츠방송 해설이었다. 해설자들은 한국선수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 선수에 대해서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비전문가인 나는 각 경기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국 지상파들은 시청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 취향을 꼭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다. 이런 작은 불만들이 있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속 시청할 것이고 큰 문제가 없이 무사히 대회를 마쳐서 한국이 전 세계에 좋은 이미지로 알려졌으면 한다.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국 선수도 뒤에서 힐끗 보면 더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양국 모두 파이팅.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평창 겨울올림픽#서울 올림픽#스포츠방송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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