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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빼고 한국노래 11곡… 걸그룹 연상 율동에 관객 환호

공동취재단, 조종엽 기자 , 김정은 기자, 박선희 기자입력 2018-02-09 03:00수정 2018-02-0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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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에 온 北 예술단-응원단]北 예술단 강릉아트센터 첫 공연





6,7개 北예술단서 차출된 ‘삼지연관현악단’ 삼지연관현악단이 강원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8일 특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다함께 차차차’를 비롯한 한국 대중가요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클래식을 비롯한 서양곡이 다수 포함됐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람석에선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강릉=사진공동취재단
“여러분 반갑습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로 축하하기 위해 강릉을 찾았습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8시부터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800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별 공연을 펼쳤다. 북한 예술단의 방한(방남)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이날 무대는 전자음악 연주단체인 모란봉악단이 중앙에 배치됐고, 한복을 입은 관현악단이 좌우로 나눠 앉았다. 하프 바이올린 등 서양식 악기와 함께 장구와 꽹과리 등 민족 전통악기가 같이 편성됐다. 첫 곡 ‘반갑습니다’에 이어 겨울 풍경을 묘사한 ‘흰눈아 내려라’, 평화를 소재로 한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전자악기의 반주로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 북한 노래가 무대에 올랐다. 5명의 여성이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빠른 템포의 노래와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율동을 펼치자 공연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이선희의 ‘J에게’를 시작으로 한국 노래가 공연되기 시작하자 관객들의 호응도 더욱 커졌다. 이날 북한 공연단은 왁스의 ‘여정’,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한국 노래 11곡을 공연했다. 관객들은 한국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남쪽 유행가를 불렀지만 마치 음대생이 교수님 몰래 부르는 느낌이었다”며 “우리 시각에서는 소박해 보였다”고 말했다.

공연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노래 2곡을 공연하느냐를 두고 막판까지 협의를 계속했다. 문제가 된 곡은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었다. 실제 공연에서 ‘모란봉’은 안 불렀고, ‘백두와 한나…’는 무대에 올려졌지만 3절의 “태양조선 하나 되는 통일이여라”라는 가사는 부르지 않았다고 관객은 전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공연 전문가들은 “북한 공연단이 한국 노래를 많이 부르고, 북한 노래는 거부감이 없을 만한 것으로 고르는 한편 문제가 될 만한 가사는 빼고 불렀다”며 “남쪽 관객들이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신경 쓴 모양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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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 음악을 공연하면서도 빛 배경이나 화면 등에 자연 풍경을 넣어 북한 색깔을 배제한 노력이 많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클래식과 오페라 음악을 비롯한 서양음악 레퍼토리도 이어졌다. ‘오솔레미오’, ‘올드블랙 조’, ‘백조의 호수’, ‘라데츠키 행진곡’ ‘카르멘 서곡’ ‘윌리엄텔 서곡’ ‘오페라의 유령’ 등이었다.

‘아리랑’을 제외하고 국악 곡은 없었지만 공연에는 민족적 색채가 배어 있었다. 공연을 본 천현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서양 관현악단에 전자악기를 추가 배치한 팝스 오케스트라 편성이었지만 북한식 태평소인 세납, 그중에서도 장세납을 사용하고 꽹과리 소리도 들렸다”고 말했다.

북한 예술단의 연주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공연을 본 심규만 강릉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은 “거칠면서 약간 절도 있는, 딱딱 떨어지는 사회주의 음악의 특징을 보였지만 실력은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까만 핫팬츠, 빨간 민소매에 까만 리본깃 등의 의상은 다소 세련되지 못해 보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140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을 비롯한 6, 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이번 공연을 위해 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자 강원대 무용과 교수는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공연 때 북한 공연단 표정과 몸짓에서 굉장히 아쉬워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면서 ‘우리끼리 통일’이라는 가사를 넣은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 앞서 공연장 300m 밖에서는 보수단체 회원 200여 명이 공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강릉아트센터 주변에는 한반도기를 든 시민 1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북한 예술단이 오갈 때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은 공연 뒤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게 된다.

강릉=공동취재단·조종엽 jjj@donga.com / 김정은·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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