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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5명 사상최대 ‘겨울잔치’… 17명은 ‘나홀로 국대’ 출전

김배중기자 , 이헌재기자 입력 2018-01-30 03:00수정 2018-01-3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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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우리도 뛴다” 이색선수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가나 스켈레톤 선수로 출전하는 아콰시 프림퐁(왼쪽 사진)이 훈련을 하고 있다. 프림퐁은 육상선수에서 스켈레톤으로 전향했다. 에콰도르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출전하는 클라우스 융블루트 로드리게스가 바퀴 달린 스키로 훈련을 하고 있다. 아콰시 프림퐁 페이스북·엘 유니버소 캡처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5만7000달러(약 6000만 원)가 필요하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아프리카 가나의 제리 샤이브 선수단장이 28일 지원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현지 매체인 ‘가나 웹’이 전했다. 열대 국가인 가나는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극복 중이다. 가나가 출전시키는 선수는 1명. 아프리카 선수로는 두 번째로 스켈레톤에 참가하는 아콰시 프림퐁(32)이다.

29일 평창올림픽조직위 집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와 선수는 총 92개국 2925명이다. 가나를 비롯해 단 1명의 선수만 보내는 곳이 17개국에 이른다. 평창 올림픽에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도 6개국이나 된다. 이색 경력이나 사연을 지닌 선수도 많다.

지원을 호소한 프림퐁은 육상선수 출신이다. 가나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주니어 선수 시절 200m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러나 발목 부상으로 부진했고 네덜란드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려던 꿈은 무산됐다. 그는 훈련 도중 봅슬레이팀의 눈에 띄어 브레이크맨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봅슬레이에서 올림픽 출전을 노렸으나 또다시 무산되자 2015년 가나로 돌아가 스켈레톤 선수로 전향했다.


난민 출신으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다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선수도 있다. 역시 단 한 명의 선수만 출전시키는 코소보의 스키대표 베스닉 소콜리(3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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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피해 10대 때 미국으로 떠났다. 코소보를 탈출하다 총에 맞고 칼에 찔리기도 했다. 부모와 함께 가까스로 미국에 도착한 그는 세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버지가 스키강사였던 덕분에 3세 때부터 취미로 스키를 탔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년 동안 스키를 타지 않았으면서도 스키 실력은 단연 눈에 띄었다. 우연히 스키를 타러 갔다가 스키강사가 “왜 그리 스키를 잘 타느냐”며 대회 출전을 권했다. 이어 출전한 미국 지역대회에서 우승했다. 가족들이 올림픽에 출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자 그는 지난해 코소보스키협회에 접촉했고 대표 자격을 얻었다. 소콜리 역시 혼자 힘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코소보로부터 모자와 스키 헬멧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그는 요즘도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훈련하고 있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소콜리는 코소보 최초의 겨울올림픽 선수다.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 30년 넘는 투쟁 끝에 1991년 독립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리트레아도 선수 1명을 파견한다. 눈을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지만 스키선수를 출전시킨다. 캐나다 이민 2세인 섀넌오그바니 아베다(22)다.

아베다는 1980년대 독립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1996년 태어났다. 눈이 많은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자란 아베다는 자연스럽게 스키를 접했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캐나다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의 조국 에리트레아는 항상 그의 마음에 있었다. 아베다는 “캐나다에 있는 에리트레아 공동체에서 과분한 응원과 지원을 받았다. 캐나다 친구도 많지만 에리트레아 사람으로서의 뿌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눈 구경하기 힘든 지역에서 스키에 바퀴를 달고 연습하며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에콰도르의 클라우스 융블루트 로드리게스(39)다. 호주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딴 그는 유학 시절 스키를 익혔다. 에콰도르에서는 스키를 훈련할 곳이 없어 스키에 바퀴를 달고 훈련했다.

말레이시아의 청년 제프리 웹(19)도 이 나라 최초의 올림픽 알파인 스키 대표로 출전한다. 여자 봅슬레이 2인조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의 세운 아디군(31), 은고지 오누메레(26), 아쿠오마 오메오가(25)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이들의 스토리는 평창판 ‘쿨러닝’(자메이카 선수들의 올림픽 봅슬레이 도전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갖가지 사연과 열정을 안고 출전한다. 한국은 역대 겨울올림픽 최대인 144명을 출전시킨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나홀로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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