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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 대표 노선영… 출전 불가 ‘날벼락’

강홍구기자 , 김배중 기자 입력 2018-01-24 03:00수정 2018-01-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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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목 자격도 따야 하는 규정… 연맹이 모르고 있다 이제야 통보
골육종으로 떠난 노진규의 누나
“동생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황당하고 억울” 동아일보와 통화
연맹 “ISU서 뒤늦게 답변 번복”
노선영(왼쪽)은 소치 올림픽 이후 은퇴하려 했지만 2016년 동생 노진규가 세상을 떠난 뒤 평창에 함께 가기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2011년 함께 포즈를 취했던 남매. 동아일보DB
빙판 위를 달려야 할 그는 그저 멍하니 경기장에 앉아 있었다. 눈앞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뿐이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훈련 중이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29)은 22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올림픽 종목인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올림픽을 단 18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2016년 4월 자신의 동생 노진규(전 쇼트트랙 남자 대표)를 골육종으로 떠나보냈던 노선영은 동생과 함께 평창에 가기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었다.

이 같은 사태는 연맹이 규정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 비롯됐다. 앞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여자 대표팀은 팀 추월 자력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획득했다. 문제는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게 되더라도 각 선수가 개인 종목 출전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연맹이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팀 추월 대표로 뽑힌 노선영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월드컵 시즌 개인 종목보다는 팀 추월에 집중했다. 결국 개인 종목인 여자 1500m에서는 예비순위 2위로 자력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더라도 개인종목 출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최근 알게 된 연맹은 여자 1500m 종목에서 출전 포기 선수를 기대했다. 그러나 19일 ISU의 발표 결과 빈자리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이에 22일 연맹은 노선영의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선수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노선영은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노선영은 “어제(22일) 감독님에게 올림픽에 못 나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대표팀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어떻게 하라는 통보를 받은 게 없어서 그냥 경기장에 와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에서 훈련 중이던 노선영은 “오늘은 훈련을 안 했다. 원래 테스트 경기가 있었는데”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거의 못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란 말에서 쓰린 속내가 느껴졌다.

노선영 또한 해당 규정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그는 “한 2주 전쯤인가 다른 연맹 관계자가 (이런 규정이 있다는 걸) 저한테 이야기해줬다. 그때까진 당연히 올림픽에 나간다고 생각했다. (개인 출전권을 따야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개인 종목에 집중했을 거다. 여태 팀 추월 훈련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연맹에서 규정이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보고 가만히 손놓고 있는 것도 웃긴다. 그렇게 못 나간다고 하면 끝나는 것이냐”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연맹으로선 지금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규정을 알게 된 연맹은 이달 중순 노선영이 결국 1500m 출전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1000m 출전권이 있는 박승희를 팀 추월에 출전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ISU에 문의한 결과 ‘(개인 종목 출전권 없이)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된다’고 답변 받았다. 그러나 올 1월 ISU 담당자가 답변을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연맹도 해당 규정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했다. 훈련 중인 선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19일 ISU의 발표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리 소홀의 문제가 지적됐던 연맹은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안타까운 건 노선영이다.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했던 노선영은 안방 평창에서 올림픽 고별 무대를 치를 생각이었다. 동생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올림픽을 멋지게 끝내고 싶었다”며 애써 웃던 노선영이 다시 긴 슬픔의 터널 앞에 섰다.
 
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노선영#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팀 추월 대표 노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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