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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공포감 ‘11m 곡예’… 해발 700m로 낮아 연기엔 최적

김재형기자 입력 2018-01-15 03:00수정 2018-03-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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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본 평창올림픽]경기장의 비밀-하프파이프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 ‘11m’.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군(軍) 공수부대의 낙하 훈련도 이 높이의 모형탑에서 실시한다. 웬만한 사람들은 서 있기만 해도 겁에 질린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그 높이에서 곡예를 하는 종목이다.

경기장은 파이프를 반으로 절단해 놓은 것 같은 반원통형 모양이다. ‘하프파이프(half pipe)’는 파이프를 반으로 잘랐다는 뜻이다. 올림픽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국제스키연맹(FIS)이 정한 규격에 따라 만든다. 양쪽 벽의 평균 경사가 17∼18도로 스노보드(스키)를 타고 좌우를 오갔을 때 시속 40∼50km의 속도를 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를 수 있게 설계된다.

올림픽 하프파이프 경기장에서 ‘공포의 11m’ 공중 곡예가 등장한 시기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만 해도 선수들이 공중 연기를 위해 치고 올라가는 벽 높이는 3.5m에 불과했다. 밴쿠버 대회에선 벽 높이는 6.7m로 높아졌고, 선수들은 보통 이 벽의 상단부로부터 5∼7m를 더 뛰어올랐다. 즉 정점에 오른 선수가 경기장 바닥을 내려다봤을 때 11m 정도의 높이 차를 느끼게 된 것이다. 2014년 소치 대회 때부터는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돼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 높이에서 선수들은 손으로 스노보드를 잡거나 좌우 또는 위아래로 몸을 빙글 돌리는 회전 연기 등을 펼친다. 보통 한 번에 좌우 경사로를 오가며 4∼5번 공중으로 뛰어올라 연기한다. 6명의 심판은 높이와 회전, 기술,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100점 만점으로 채점하고 이 중 최고와 최저 점수를 뺀 4명의 평균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대회당 선수에게 각각 3번 기회를 주고, 가장 높은 점수를 해당 선수의 최종 기록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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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남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위원회 위원장은 “옆에서 보면 경기장이 둥글지만,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냥 절벽이다”며 “실제 선수들이 착지하는 경사면(트랜지션·바닥 옆 경사로)도 공중에선 20cm밖에 보이질 않아 정말, 극도의 공포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하프파이프의 메달 색깔은 경기장 초반부 ‘5분의 1 지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 종목의 현재 최고난도 기술로 평가받는 1440도 회전(4바퀴) 이상의 신기술이 나오기 힘들다는 스키계의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정상급 선수는 가산점(위험 감수)을 노리고 4∼5번의 연기 동작 중 가장 어려운 기술을 첫 번째 순서로 배치해 승부를 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경기 초반에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면 그만큼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니, 앞 순서에 고난도 기술을 쓴 선수에게 1∼10점 사이에서 가산점을 준다”며 “숀 화이트(32·미국)나 스콧 제임스(24·호주), 히라노 아유무(20·일본) 등 유력한 금메달 후보 또한 초반에 비기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고의 올림픽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과 비교해 경기장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유럽의 스노보드 경기장은 대부분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있어 바람이 세고 안개도 많이 낀다”며 “평창은 해발 700m대의 상대적 저지대에 위치해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뽐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하프 파이프#스노보드 황제#숀 화이트#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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