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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경 “싱가포르에 ‘겨울스포츠의 꽃’ 활짝 피울래요”

강홍구기자 입력 2018-01-11 03:00수정 2018-01-1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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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겨울올림픽 출전 이끈 전이경 쇼트트랙 감독
싱가포르 역사상 첫 겨울올림픽 출전을 이끈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위 사진 뒤)과 여자 쇼트트랙 선수 샤이엔 고가 10일 경기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겨울올림픽 메달(5개)을 가진 전 감독은 겨울스포츠 불모지 싱가포르의 지도자로 평창 무대를 밟게 됐다. 아래 사진은 1998 나가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한국 대표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는 전이경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 고양=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동아일보DB
“싱가포르 사람들이 제게 중고 스케이트 가격을 듣더니 귀를 의심했어요. 왜 그 돈을 주고 스케이트를 타냐고 했어요. 하하.”

겨울스포츠 불모지에서 희망의 싹을 틔웠다. 열대의 나라 싱가포르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 진출을 이끈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42) 이야기다. 겨울올림픽 두 대회(1994년 릴레함메르, 1998년 나가노)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전 감독은 여전히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겨울올림픽 메달(금 4, 동메달 1개)을 갖고 있다. 그런 전 감독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싱가포르 사상 첫 출전 선수의 역사를 쓰게 된 여자 쇼트트랙 1500m 샤이엔 고(19)의 지도자로 평창 무대를 밟는다. 딱 20년 만에 다시 겪게 된 올림픽 선수촌 생활이 전 감독 앞에 기다리고 있다.

○ 올림피안의 책임감으로

‘겨울이 없는 나라’ 싱가포르에 첫 겨울올림픽 무대를 선물한 공은 컸다. 10일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만난 전 감독은 “예전만 해도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국제대회에 왔다. 그러나 이제는 훈련비, 체류비 전부를 지원받는다”며 기뻐했다. 이틀 전 샤이엔과 함께 입국한 전 감독은 올림픽 때까지 이곳에서 막바지 준비를 한다.

2015년 1월 둘째 아이 유학을 위해 싱가포르로 간 전 감독은 현지 빙상연맹의 부탁으로 그해 10월 감독직을 수락했다. 전 감독은 “내 아이를 키우러 싱가포르에 왔다가 이곳의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그 커리어에 왜 싱가포르 대표팀을 맡느냐. 돈을 얼마나 받기에 그러느냐’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스포츠가 약한) 동남아 팀이라 맡았다. 올림피안이자 빙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싱가포르 팀을 키워보고자 감독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락은 했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전 감독은 “싱가포르에 올림픽 규격에 맞는 아이스링크는 단 하나다. 그마저도 시간당 이용가격이 1000싱가포르달러(약 80만 원)나 되다보니 쇼트트랙 선수들이 빙상 훈련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하루에 소화하는 빙상훈련(4시간)을 일주일에 가까스로 채우는 수준.

전 감독은 “부족한 훈련은 지상에서 대신한다. 내가 와서 한 건 훈련시간을 늘린 것밖에 없다. 스스로 즐거워서 운동을 할 수 있게끔 잔소리하는 정도”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이스링크가 하나밖에 없으니 뭘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메달이라도 따야 빙상장이 늘어날 것 같다”며 웃는 모습에선 영락없이 싱가포르 빙상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런 전 감독에게 연맹은 장기계약이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 언더도그의 반란 꿈꾸는 샤이엔

올림픽 진출의 꿈은 이뤘지만 아직 만족의 길은 멀다.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차 월드컵 1500m에 출전한 샤이엔은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이 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준결선에 진출하면서 행운의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36명의 출전엔트리 가운데 36위다. 전 감독은 “최하위를 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16세에 나간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이 나에게 그랬듯, 샤이엔에게 평창은 빙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4년 뒤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싱가포르 선수들이 더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스하키에서 전향해 쇼트트랙 선수로 올림피안이 된 샤이엔도 꿈을 꾸는 건 마찬가지다. 함께 뛴 선수들이 줄줄이 넘어지거나 실격되면서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건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남자 1000m)를 좋아한다는 샤이엔은 “브래드버리처럼 언더도그(약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언젠가 브래드버리처럼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로의 인터뷰 장면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전 감독과 샤이엔은 평창의 꿈을 위해 다시 빙상장으로 향했다.

고양=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전이경#싱가포르 쇼트트랙#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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