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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선수들 체격 열등감… 장점 살려주니 날더라”

양종구 기자 입력 2018-09-18 03:00수정 2018-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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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미나 참석한 박항서 감독
단결-자존심-영리함-투지-목표… ‘베트남 정신’ 말하면 눈빛 변해
통역 없을땐 포옹 등 스킨십 주효
뉴스1
“선수들이 좀 나태할 땐 ‘베트남 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라고 하면 눈빛이 바뀌었다.”

‘베트남의 축구영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59·사진)이 1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 베트남 선수들을 변화시킨 비밀을 밝혔다. 박 감독은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인 준우승을 일궜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선 사상 최초로 ‘4강 신화’를 주도했다.

박 감독은 변화의 원동력에 대해 “특별하게 큰 변화를 줬다고 생각은 안 한다. 다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갔을 때 선수들이 ‘우린 체력이 부족하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체격하고 체력을 동일시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좀 왜소해 그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하지만 작지만 좋은 장점도 있었다. 민첩하면서도 지구력이 뛰어났다. 그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AFC 23세 이하 대회 때 연장전을 3번이나 하고 준우승한 뒤 선수들에게 ‘왜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느냐’고 했더니 ‘과거부터 지도자와 선배들에게 들어와서 당연히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다’는 다소 어이없는 답을 들었단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결코 체력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며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


박 감독은 “준우승하고 돌아가자 어느 순간 베트남 고위 관계자들이 ‘이제야 베트남 정신이 살아나고 있다’며 좋아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베트남 정신이 뭐냐’고 물었더니 단결, 자존심, 영리함, 불굴의 투지 등 4가지를 얘기하더라. 그런데 내가 볼 땐 베트남 사람들은 목표의식도 투철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끌고 가면 죽기 살기로 따라왔다. 그래서 목표의식까지 포함해 5가지를 베트남 정신으로 보고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이 좀 나태해질 때마다 ‘베트남 정신’을 꺼내들면 바로 바뀌었다”며 씩 웃었다.


박 감독은 ‘포용의 리더십’이 성공 비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리더십이라고 말하긴 그렇다. 그저 선수들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통역이 없을 때는 말이 안 통해 제 마음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악수와 포옹 등 스킨십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중국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으면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질문엔 “저를 변화시킨 분이지만 경기에선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2002년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쌀의 주산지인 베트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그 인연으로 ‘쌀딩크’로 불리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박항서 감독#베트남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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