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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아빠처럼… 뜀틀 여서정 가장 높이 날았다

임보미 기자 입력 2018-08-24 03:00수정 2018-10-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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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뜀틀서 사상 첫 금메달
아빠 여홍철은 뜀틀 2연패… 현장서 해설하다 굵은 눈물 쏟아
체조인 “아빠보다 배포 커” 농담
마루 김한솔 8년 만의 체조 金… 24일 남자 뜀틀서 2관왕 도전
여홍철과 여서정은 부녀가 모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땄다. 사진은 체조를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의 여서정이 아버지 여홍철의 어깨에 올라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여홍철 제공
자신의 뒤를 이어 큰일을 해낸 딸의 소식을 전하는 아버지는 눈물을 쏟았다. 역사적인 금메달을 목에 건 딸도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체조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린 여홍철(47·경희대 교수)과 ‘체조요정’ 여서정(16·경기체육고) 부녀였다.

여서정은 아버지가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지킨 가운데 한국 여자 뜀틀 최초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체조 전체로 봐도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이단평행봉 서연희, 평균대 서선앵) 이후 32년 만에 캐낸 금이다.

지난달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인 월드컵 챌린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게 국제대회 입상의 전부였던 여서정은 아시아경기 데뷔전부터 당찬 연기로 큰 무대에서도 강한 ‘스타 기질’을 이어갔다. ‘배포는 아빠보다 낫다’던 체조인들의 말이 농담만은 아니었다.

여홍철과 여서정은 부녀가 모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땄다. 사진은 체조를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의 여서정이 아버지 여홍철의 어깨에 올라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여홍철 제공
23일 자카르타 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체조 여자 뜀틀 결선에서 8명의 선수 중 가장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여서정은 1차 시기부터 이날 최고점인 14.525점(기술점수 5.8점, 수행점수 8.725점)을 받았고 난도를 낮춘 5.4점짜리 점프에서도 무결점 연기(수행점수 8.850점)로 1위(1, 2차 평균 14.387점)를 확정했다.


여서정은 전날 단체전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바로 하루 뒤 자신의 주 종목인 뜀틀에서 무결점 연기를 이어가며 아버지 여홍철(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에 이어 ‘부녀 뜀틀 금메달’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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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내려온 여서정은 “경기 전 아빠가 ‘긴장될 때 심호흡 크게 하고 메달 상관없이 연습한 것 맘껏 뽐내고 내려오라고 하셨다”며 “착지가 불안해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다행히 다 하고 내려온 것 같다”면서 웃었다.

해맑게 소감을 전하던 여서정은 아버지가 해설을 하다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이내 울먹였다. 여서정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땄으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꼭 따서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며 굵은 눈물을 닦았다.

여홍철과 여서정은 부녀가 모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땄다. 사진은 체조를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의 여서정이 아버지 여홍철의 어깨에 올라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여홍철 제공
여서정이 한국 여자 뜀틀의 오랜 메달 가뭄을 깰 수 있었던 이유로는 ‘타고난 파워’가 꼽힌다. 배은미 대한체조협회 여자 체조 경향위원장은 “뜀틀은 도약이 매우 중요하다. 그간 도약을 잘할 수 있는 다리근육의 힘을 가진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다. 여서정 선수는 행복하게도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받았다. 거기에 어려서부터 국가대표 지도자에게 섬세하게 배워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서정의 어머니 김윤미 씨(전 여자 체조 국가대표 코치) 역시 한국 여자 체조 단체전의 마지막 메달 주역이었다. 김 씨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주장으로 동메달을 이끌었다.

남자 마루 결선에서는 김한솔(23·서울특별시청)이 2010년 광저우(양학선 뜀틀) 이후 8년 만에 한국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안겼다. 2017 세계선수권 동메달(뜀틀)이 최고 성적인 김한솔의 개인 첫 국제대회 금메달이기도 했다. 김한솔은 24일 남자 뜀틀 결선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아시아경기 2관왕’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체조#여서정#여홍철#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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