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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집중된 치안 공약… ‘최고 약자’ 아동엔 관심 미미

박훈상기자 , 권기범기자 , 김하경기자입력 2017-04-25 03:00수정 2017-04-2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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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 치안공약 점검
“한 표 행사 불편 없게” 24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19대 대통령 선거 모의투표 체험 행사에 참가한 남성이 사전투표 봉투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번 행사는 발달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투표권자를 대상으로 열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무 걱정 없이 밤거리를 산책할 수 있는 나라, 어린이가 어디서든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청소년, 아동 성폭력 범죄자를 사형까지 포함해 강력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2012년 대선 때 주요 후보들은 이처럼 치안 공약의 맨 앞에 아동 안전을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경남 통영시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이웃의 성폭행 전과자에게 납치돼 살해되고, 8월 전남 나주시에서 7세 여자 어린이가 납치된 뒤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아동을 노린 흉포한 범죄에 여론이 들끓었고 대선에서도 관련 공약이 쏟아졌다.


○ 사건 잦아들자 관심도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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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치러지는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치안 공약은 어떨까. 본보가 5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아동 안전 관련 내용은 5년 전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아동 폭력(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 강화 및 대응 인프라 확충’,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아동 학대 예방부터 사후 조치까지 종합 대책 마련’ 등이 겨우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안 후보는 24일 정책공약집을 발표하고 아동 보호 전문기관 및 학대 피해아동 쉼터 단계적 확충, 영·유아 정기 검진 시 아동 학대 예방 부모 교육 의무화 등을 추가로 내놓았다. 가짓수는 늘었지만 신선도는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안 후보의 조기 발견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책”이라며 “심 후보의 종합대책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궁금하다”고 진단했다.

몸무게 16kg의 11세 여자아이, 찬물과 락스 학대로 숨진 7세 신원영 군 등 안타까운 아동 학대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도 커졌지만 시간이 지나자 시들해졌다. 유권자들도 보육 정책 등에 비해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선거공학적으로 정책을 발굴하다 보면 중요한 아동 안전도 당장 이슈가 아니다 보니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여성 안전대책 앞다퉈 내놔


올해 치안 공약의 특징은 여성과 젠더(gender·사회적 의미의 성)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살해 동기가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지면서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나아가 분노하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당시 현장을 찾은 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라고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여성 안전 대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문 후보는 몰래카메라, 스토킹,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 강화를 포함한 ‘젠더 폭력 방지 기본법’(가칭) 제정 추진을 공약했다. 심 후보도 주요 3가지 범죄에 대한 대응 강화를 약속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범죄를 젠더 이슈로 만들어 접근한 측면이 있다”며 “단편적인 접근으로 범죄를 억제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흉악범 사형 집행, 흉악 범죄자 보호 수용 제도 도입으로 ‘국민 보호’를 공약했다. 이에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간주된 현실에서 대통령의 말만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운 정책”이라고 밝혔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김하경 기자
#치안#공약#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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