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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의 盤세기]92세 엔카 여왕의 특별한 열창곡

김문성 국악평론가입력 2018-12-10 03:00수정 2018-12-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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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937년 발표 ‘연락선은 떠난다’
스가와라 쓰즈코의 ‘연락선의 노래’ 앨범. 김문성 씨 제공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가 2년 연속 출연하게 된 NHK 홍백가합전은 일본 대중가요계를 결산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1951년에 시작했습니다. NHK에는 1969년 시작된 ‘추억의 멜로디’라는 또 다른 간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매년 8월에 방송되므로 여름의 홍백가합전이라 불립니다. 전통가요 중심이어서 홍백가합전에 비해 훨씬 더 일본색이 짙습니다.

올해 8월 18일. 50회 ‘추억의 멜로디’에 92세의 원로 여가수 스가와라 쓰즈코가 나왔습니다. 제1회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가수 중 유일하게 생존한 가수로, 일본인들의 자존심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기적의 가성(歌聲)’이라는 자막 속에 그녀는 우리에게 익숙한 “쌍고동 울어 울어∼”로 시작하는 ‘연락선은 떠난다’ 일본어 버전을 불렀습니다. 가수 장세정이 일제강점기인 1937년 오케레코드에서 이미 발표했던 곡이지만, 대부분의 일본인은 이 노래를 스가와라가 1951년 발표한 일본 가요 ‘연락선의 노래’로 알고 있습니다.

스가와라는 ‘엔카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가 마사오의 양녀로 들어가 11세에 ‘아버지의 노래시계’로 데뷔합니다. 한동안 뜨지 않다가 1950년 발표한 ‘그리움이 머무는 마을’이 히트를 하면서 꿈의 무대인 제1회 홍백가합전에 출연하게 됩니다. 이 출연으로 유명해진 직후 발표한 ‘연락선의 노래’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고 후속곡 ‘에노섬엘레지’로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습니다. 일본의 이미자인 셈이죠. 그런데 이후 발표하는 노래들 때문에 핏줄을 의심받기 시작합니다. 아리랑, 도라지를 시작으로 1955년부터 2년 동안 아리랑비가, 아리랑애가, 아리랑달밤 등 무려 네 종류의 창작 아리랑을 발표하는가 하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리메이크하기에 이릅니다. 혹자는 유년기를 한국에서 보낸 스승 고가 마사오의 영향을 받은 것 때문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올해 8월 NHK ‘추억의 멜로디’ 50회에 출연해 ‘연락선의 노래’ 를 부른 스가와라 씨. NHK 화면 캡처
1995년 언론인 우에다 다케히코는 ‘재일 한국인의 저력’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가수 미소라 히바리와 함께 스가와라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정작 스가와라는 미소라 히바리가 그랬던 것처럼 공식적으로 자신이 한국계임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
‘연락선은 떠난다’는 일제강점기 관부연락선을 타고 떠나가는 임과의 이별을 노래한 여성의 원망스러운 정서를 담고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노래입니다. 스가와라의 ‘연락선의 노래’ 역시 그런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스가와라는 왜 수백 곡의 애창곡을 제쳐두고 ‘연락선의 노래’를, 그것도 50회라는 상징을 갖는 NHK의 ‘추억의 멜로디’에서 불렀을까요?
 
김문성 국악평론가
#스가와라 쓰즈코#홍백가합전#연락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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