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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고위직 28명 자르면서 ‘결재라인’ 생략…뭐가 급했나

뉴스1입력 2018-11-22 14:02수정 2018-11-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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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결재란 아예 삭제…사실상 사장 결재로 단행
“김세용 사장, 시의회 압박·내부반발 의식한듯”
SH 본사© News1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21일 단행한 인사발령이 결재라인이 생략돼 기습처리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심사숙고가 필요한 인사발령이 직원 반발을 의식해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SH는 지난 21일 조직혁신을 위한 명목으로 간부급 28명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창사 이래 유례없는 이번 인사조치로 조직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인사는 대상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실제 해당 문서엔 담당자 결재가 생략됐다. 일반적으로 사장으로 보고되는 결재라인은 파트장(차장)→부장→처장→본부장→사장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인사조치가 담긴 문서 결재란엔 본부장이 아예 삭제돼 있다. 해당 부장도 이날 휴가 중이었다. 결국 팀장과 처장 결재후 바로 사장으로 연결된 셈이다.


SH 한 직원은 “이번 인사가 부당하다고 느낀 담당자가 결재를 거부했다고 들었다”며 “내부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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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본부장은 인사결정 기준과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재하지 않은 것”이라며 “인사 불만 의사표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News1

일반적으로 인사발령 전 직원들에게 통보 후 인수인계와 업무정리를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 이번엔 이러한 틈조차 없었다. 명단에 오른 28명 상당수는 당일 인사조치를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김세용 사장이 직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사천리로 일처리를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H는 28명 모두에게 인사 발령과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사자들의 말은 달랐다.

직원 A씨는 “대다수는 회사로부터 인사조치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뒤통수를 맞았다”며 “당장 다음달 진행할 업무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SH 직원들은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온 갑질논란과 횡령 비리 등으로 조직혁신과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인사가 대상자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김세용 사장이 조직혁신을 요구하는 서울시의회 압박에 빠르게 인사조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계급과 나이를 떼고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직원을 대상자에 올릴 수 없어 결국엔 퇴직을 앞둔 사람들만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SH 직원의 정년은 만 60세다. 마지막 2년은 임금피크제에 따라 전문위원(1년)·공로연수(1년)를 끝으로 직장생활을 정리하게 된다.

이번 28명 인사는 1960년과 1961년생이 대상이다. 1960년생의 경우 올해까지 일선에서 근무 후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약 한 달 정도 인사 조치가 빨랐던 셈이다. 반면 1961년생은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은 기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는 “업무에 지친 상황에서 빨리 전문위원으로 이동하는 것에 불만은 없다”면서도 “한달을 못 기다려 주나? 30년 근무한 회사에 서운함이 크다”고 했다.

대상자들은 갑작스러운 인사조치에 당장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급을 잃은 상황에서 업무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기존 사무실에 출근은 해야 한다. 직무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SH는 조직개혁과 청렴성 확보 등을 위해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인사를 통해선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SH 관계자는 “인사혁신 요구에 따라 전격적으로 진행했다”며 “40일가량 시간이 남았는데 인사 대상자 출근 방식 등 대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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